Part 2-(2). <Witam 폴란드>

다시 짐 싸!(2)

by 작은누룽지

#내 안의 작은 화폐(?)

하루를 체류하게 된 이곳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쯔워티’라는 화폐를 사용하는데, 공항에서 바로 유로에서 환전할 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각 나라의 화폐를 모으는 것이 취미가 돼서 쯔워티 역시 나의 컬렉션에 들어왔다. 지금까지 모은 화폐 중 가장 사이즈가 작은 10 쯔워티(한화 약 3000원), 10유로(한화로 약 10000원)을 받았을 때도 다른 화폐들과 비교했을 때 작다고 생각했는데, 쯔워티는 그것보다 더 작은 사이즈였다.


이후로도 이제는 사용되지 않는 리타스(리투아니아) 바트(태국), 리라(터키), 디르합(아랍에미레이트)의 지폐를 모두 모아봐도 쯔워티보다 작은 지폐는 아직 보지 못했다. 어딘가에 존재하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혹은 가장 큰 지폐를 가져보는 상상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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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왼쪽으로부터 엔,달러,바트,리라,리타스,유로,쯔워티다. (오른쪽) 달러와 쯔워티의 비교

폴란드의 기차 또한 오스트리아와 독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번 타봤다고 기고만장해져서 아무렇지 않은 척 어깨를 들썩였다. 사람이 이렇게 별것도 아닌데 유세를 떨게 된다. 인간은 참 신기한 유기체다. 지하차도를 나서 지상으로 올라와 처음 마주한 폴란드는 ‘휑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허허벌판의 차들만이 지나다니는 그런 모습이었다.


간이역 같은 낡은 몇 개의 정거장을 지나쳐 작은 역에서 내려 캐리어를 끌었다. 시내에서 조금은 벗어나 있었던 호텔은 공항과 더 가까웠다. 주변에는 트램(일종의 버스)과 식료품점 주유소를 제외하고 그 무엇도 발가벗은 나무들처럼 우리를 반겨주지 않았다.


침침한 날씨 속에 홀로 덩그러니 있는 깔끔한 호텔은 누우면 1분 안에 잠들 것 같은 침대를 내어주었다. 침대에 눕자마자 그것을 직감하고는 어서 나갈 채비를 했다. 여기서 바르샤바의 문화과학궁전과 구시가지까지는 트램으로 20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 궂은 날씨에 하늘은 예감했는지 눈이 흩뿌리기 시작했다. 이곳도 역시 일찍 찾아오는 밤에 기온이 뚝 떨어졌다.


과학궁전은 이름답게 과학(?)스러웠다. 밤에 발하는 형형색색의 조명은 과학 시간에 배우다 만 원소기호의 불빛들을 떠올리게 했다. 거기에 하얀 눈은 미처 과학궁전이 채우지 못한 색을 입혀주었다.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야경 전망대가 있다고 하던데, 갑자기 비가 된 눈이 온 옷과 내 생명과도 같은 안경을 다 젖게 한 덕분에 정신없이 구시가지로 향하는 지하상가로 도망치듯 뛰어왔다.

P20181223_160341031_0F3EADE3-F0F5-41E1-A468-AC7FF102D0D2.JPG 과학스러운 과학궁전

#니하오가 아니야!

평범한 지하상가 같은 이곳에서 한 외국인을 만났다. 현지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는 것으로 보아 좋은 일을 하는 사람 같이 보이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의 길거리를 다니며 ‘말씀 좀 듣고 가세요’ 하는 사람의 부류라고 할까. 갑자기 우리에게 ‘Nihao, my friend!’라는 말에 뒤를 한 번 쓱 돌아보고는 그 사람을 지나쳐갔다.


Nihao(니하오) 중국어의 안녕하세요. 여행을 다니면 어디서든 우리에게 니하오로 인사하는 외국인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가끔 곤니찌와(일본의 인사말)도 있긴 하다. 무례하다면 무례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들이 조금이라도 우리와 가까워지려 한다면 좋은 의도로도 받아들일 수 있겠다. 이런 인사에 많은 생각이 오간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도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곳에서 이탈리아에서 온 것 같은 신사에게 ‘Boun giorno’라고 인사를 했을 때 그가 프랑스 사람이었다면 또는 정말 이탈리아에서 온 사람이었다면 이라는 결과론적인 딜레마에 부딪힌다. 전자라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을 것이고, 후자라면 누구보다 반가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폴란드의 그 사람에게 우리는 중국인으로 보인 것일까? 아니면 아시아에 아는 나라가 중국밖에 없어서 친밀함을 유도하는 것일까. 생각해보니 우리나라에 오는 외국인한테는 모두 Hello라는 인사로 통용하는 것 같은데, 왜 유럽에서는 우리를 보고 Hello나 Hi가 아닌 다른 말로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일까. 명쾌한 답이 없이 질문에 꼬리를 물고 있을 때,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거리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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