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3). <Witam 폴란드>

다시 짐 싸!(3)

by 작은누룽지

#잠코비 광장!

역시 크리스마스가 다가옴과 함께 거리에는 조명들이 빛나고 있었다. 초콜릿하면 떠오르는 페레로 로쉐의 협찬인지 마크가 조명 위에 더 예쁜 장식으로 꾸며졌다. 그 거리를 따라 걸으니 폴란드의 명문 바르샤바 대학, 성 요셉 교회, 지동설의 코페르니쿠스 동상 등 여러 볼거리가 가득했다.


그리고 대통령궁 앞을 지날 때 조금은 이색적인 장면과 마주했다. 폴란드어를 알았다면 좋았겠지만, 경고문 같은 팸플릿이 대통령궁 앞을 막고 있었다. 시위문 같기도 하고 언뜻 봐서는 알 수 없지만 국가에 호소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 보였다. 아닐 수도 있지만, 무엇을 위해 이 추운 날씨와 빗속에서도 대통령궁 앞의 늠름한 동상의 길을 막고 선 것일까.

호소를 들어주세요!

지나가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후에는 누군가 나타나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길. 드디어 구시가지의 입구 잠코비 광장에 도착했다. 이 광장에 우뚝 솟은 지그문트 3세의 청동입상이 폴란드의 수도가 바르샤바가 되었음을 먼 곳까지 선포하는 듯 보였다.


(기존의 크라쿠프에서 16세기 말, 수도가 바르샤바로 옮겨졌다.)옆의 붉은 궁전이 오랜 투쟁을 보였듯(폴란드 왕가가 거주하던 이곳은 손실되었으나, 국민의 힘으로 재건되어 박물관으로 사용되었다.) 잠코비 광장은 오랜 세월을 함께 품은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는 곳이었다. 문제는 손이 얼 것만 같은 바람에 궁전에 비치는 눈 영사, 크리스마스트리 장식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었다. 춥기만 하면 그래도 둘러 볼 텐데, 밤이 되면서 급격히 각이 좁아진 시야와 계속해서 내리는 비는 어디로든 들어가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아이폰 유저인 나는 불안했다.

사진만 봐도 추웠던 기억이 떠오른다.

#사이판 멤버는 남달라

아이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방전. 추워지는 날씨에 배터리는 폭포에서 물이 떨어지듯 감소하고, 어느 순간엔 아예 검은 화면이 되어버리는 그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친구도 배터리가 별로 없는 상황. 숙소로 돌아가려면 내 아이폰이 살아남아야 한다. 최대한 입은 패딩 주머니 깊숙이 넣었다.


패딩 속 주머니가 내 몸의 열기와 만나 방전은 아닐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던 나는 정확히 13분이 지나 후회했다. 시계를 보고 다시 꺼내보니 검은색 화면이 흰색 화면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헛웃음만 나왔지만, 밥이 우선이었다. 역시 사이판 멤버답게 우리는 나중의 일은 나중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의 마인드였다. 추운 몸을 이끌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버스 정류장 근처의 식당으로 들어섰다.


#바르샤바는 다음기회에..

오붓한 분위기의 지하를 품은 레스토랑 같은 곳에 많은 사람이 몰려 그들만의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있었다. 폴란드에는 골롱카라고 하는 전통음식이 있다. 우리나라의 족발, 독일의 슈바인학센과 같은 음식으로 이곳에서 조금이나마 뮌헨에서 먹지 못한 학센의 아쉬움을 덜어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또 다른 전통음식인 피에로기. 이들의 만두도 먹어보기로 했다. 본 음식이 나오기 전 따뜻한 과일주스가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름은 기억나진 않으나 상큼하고 달콤한 향과 맛이 입 전체에 퍼져 맥주 500ml잔 보다 큰 양이 전혀 많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즐길 수 있었다. 마치 와인을 끓여 각종 향을 내는 재료들로 내어진 뱅쇼(Vin chaud)와 거의 흡사했다. 사람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통에 음식이 나왔다. 제법 큼지막한 골롱카와 우리나라의 튀김 만두와 모양이 비슷한 피에로기가 자리했다.


골롱카의 고기 아래에는 양배추 절임이 넓게 퍼져있었다. 고기 자체의 부드러움이 양배추 절임과 잘 어울렸다. 피에로기는 친숙하면서도 오묘했다. 만두는 만두인데 약간의 이국적인 맛이 섞인 것이 특징이었다. 특별하진 않지만, 즉흥적인 음식에 수확이 있었다.

뱅쇼 비슷한 음료와 잘 안보이지만 골롱카도 있다.

우연히 찾은 따뜻한 식당에서 단 하루 머무른 폴란드, 바르샤바의 인상을 나열했다. 춥고 추운 날씨와 비에 젖는 옷이 무거워지는 찝찝함 그리 좋은 인상으로 남지는 못했다. 그렇기에 아쉬웠고 언젠가는 다시 찾을 날을 기약하는 것이 당연했다. 다행히 아이폰이 다시 살아났다. 물론 배터리가 반 토막이 나 있기는 했지만, 숙소를 찾아갈 정도는 되었다. 보조 배터리 없이 칼바람이 부는 영하의 날에 다니기는 아무래도 무모한 선택이었다. 다음날 미지의 나라 리투아니아로 떠나기 위해 바르샤바 공항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다. 잠깐 머물기 위해 풀었던 짐을 다시 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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