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리투아니아는 처음이지?(2)
#Again Cloudy
폴란드와 마찬가지로 해가 나지 않은 날이었다. 그래도 주변에 눈이 많이 왔는지, 하얀색으로 덮인 곳들이 종종 보였다. 빌뉴스 공항의 입국장은 무엇보다 간편한 시스템으로 짐을 찾고 자동문을 나서면 30걸음에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는 구조였다. 생소한 이곳에도 여행자를 위한 교통카드가 있었다. 알록달록한 무지개 색감이 마음에 드는 카드였다. 숙소가 있는 빌뉴스의 구시가지를 향해 버스를 탔다. 카드를 찍어도 알 수 없는 문자들과 소리에 허술함을 느끼며 천천히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익숙한 이케아를 지나 빌뉴스의 돔 형태로 된 시장을 지나면 금방 구시가지의 정류장에 도착한다.
#러시아를 안가봤지만 러시아 같아!
내가 다녀와 본 유럽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러시아에 가보진 않았지만, 러시아의 느낌이 조금씩 풍겼다.(리투아니아는 러시아와 독일의 식민지배를 당했었던 아픈 역사가 있는 나라이다.)버스 정류장에서 조금만 몸을 틀어 보이는 게디미나스(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를 설립한 대공의 이름) 거리는 차가 못 다니도록 통제하며, 사람들의 이용을 적극 권장하는 곳이었다.
길거리의 음악인의 소리, 음식점과 쇼핑몰, 거리의 끝에 보이는 그리스의 건축양식을 떠온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대표적인 명소 빌뉴스 대성당과 종탑이 새로운 영감을 주었다. 숙소는 골목에 있는 작은 아파트먼트 형태로, 리셉션을 따로 두고 있어 찾아가 키를 받기로 했었다. 빌뉴스 대성당을 지나 골목으로 몸을 틀어 어떤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건너편 인도에서 서 계셨는데, 우리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뒤로 돌아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셨다. 우리를 힐끗 보시면서 본인이 오신 곳으로 가셨는데 마침 우리가 찾아가던 리셉션이었다. 이 나라에 동양인이 찾는 경우가 매우 드문 듯, 동양인임을 알아채자마자 본인의 호텔 투숙객인 것을 단숨에 알아보셨다. 에어비엔비처럼 아늑한 집과 같은 숙소에 짐을 풀고 빠르게 나왔다.
#빌뉴스 대성당
다시 빌뉴스 대성당을 찾았다.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마켓과 가운데 자리 잡은 트리. 사람들이 모인 이곳이 이브의 분위기를 마셨다. 대성당은 그리스의 신전들과 비슷한 구조와 주축 기둥이 건축양식을 빌려온 듯,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했다. 그리고 대성당에 가려진 더 거대한 궁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한, 그것보다 더 높은 언덕의 게디미나스 성에 걸린 리투아니아의 국기가 휘날리는 모습이 이 모든 것들의 대미장식이었다. 어두운 날씨 속에서 어두운 색으로 빛나는 빌뉴스의 중심이었다. 게디미나스 성은 줄곧 공사중이었다.
#세 개의 십자가
올라가 보지 못한 아쉬움을 빌니아 강을 따라 리투아니아 세 개의 십자가가 있는 공원을 올랐다. 강 주변이라 그런지 폴란드의 추위는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올라 세 개의 십자가가 있는 높은 언덕에 도착할 수 있었다. 흰 눈 쌓인 빌뉴스를 보고 있자니 고요함이 온 도시 전체를 감싸 도는 듯했다. 흰 눈에 흰 하늘과 흰 십자가. 온 세상에 흰 것 말고는 보이지 않았다. 동시에 카메라 전체에 담기도 힘든 세 개의 십자가는 하늘에 닿을 것 같은 경건함을 보였다.보이지 않는 해가 소리소문없이 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