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이브(1)
#밤결의 빌뉴스
언덕을 내려온 곳에서 얼마 가지 않아 붉은빛의 성 안나 교회를 만날 수 있었다. 빌뉴스에서 몇 안 되는 붉은 벽돌과 후기 고딕 시대의 예술이 조화롭게 섞인 건축물이었다. 관광 안내 책자에서 본 맑은 하늘의 성 안나 교회는 가로등 불빛이 붉은 벽돌을 비추는 파란 하늘 아래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주홍빛이 더 알맞을지도 모르는 이 교회의 옆. 베르나딘 성당의 내부는 축축하고 차가운 공기가 맴돌았다.
예배당의 거룩함이 울려 퍼져 조각품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넣는 듯, 왠지 모를 온기가 느껴졌다. 오후 5시 온 도시에 이른 밤이 찾아왔다. 해가 일찍 지니 저녁도 일찍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빌뉴스에는 가장 오래된 새벽의 문까지 길게 이어지는 거리가 있다. 밤이 되면 가장 활발한 곳으로 변하는 거리는 도시 투어하는 사람들의 행렬. 크리스마스에 맞춰 여러 악기를 연주하는 거리를 휘어잡는 음악사들. 그들에게 남은 동전을 공연비로 선뜻 내어주면 돌아오는 ‘Merry Christmas.’가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이브를 장식할 곳이었다.
#어섹힌 찻 민님,키비나이
‘키비나이’ 리투아니아의 전통음식으로 찐빵과 찐 만두를 결합한 듯한 메뉴로, 오늘의 저녁 한 끼를 담당해줄 녀석이었다. 조금은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따뜻한 가정집 분위기의 레스토랑은 밖의 활발한 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했다. 한편으로는 조금 불편하기도 했던 것이, 우리 말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동양인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눈에도 이색적인 풍경이었는지, 은근 신기해하는 시선이 느껴지고는 했다. 아이의 손가락이 대놓고 우리를 향했으니 눈길 정도는 익숙했다. 빌뉴스 대학 옆의 반가운 한식당에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과는 대조되는 것이었다.
10분 정도가 흘렀을까. 길쭉한 만두 두 조각과 소스가 나왔다. 첫인상이 그리 맛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약간의 점성을 띠는 겉이 촉촉함보다는 끈적한 느낌으로 도전정신을 불러일으켰다. 소스에는 잘게 다져진 고기가 들어가 있었는데, 찍먹용인지 부먹용인지 알 수가 없어서 먼저 본체인 끈적해 보이는 키비나이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본 것과 맛이 거의 일치해서 키비나이에게 정을 붙이기 어려워졌다. 끈적끈적한 식감이 우리나라의 어떤 것과 비교하기 힘들었다. 굳이 말하자면 갓 찐 호빵에 수분이 더 많이 함유된 느낌이었다. 강력한 식감이 안의 내용물의 맛은 기억할 수 없도록 세뇌를 시켰다. 혹시나 해서 소스에 찍어 먹어봤는데, 시큼한 맛이 잘 어울린다고 해야하나, 재밌는 조합이었다.
너무나도 심오한 맛에 친구에게 신경을 쓰지 못해 그의 접시를 슬쩍 봤다. 온전한 한 개와 반 개가 올려져 있었고, 포크는 이미 식사를 마친 채 내려 놓여있었다. 더는 못 먹겠다며 포기를 선언한 친구는 콜라를 마시며 탄산으로 배를 채웠다. 나는 음식을 거의 남기는 편이 아니기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키비나이 이 녀석의 어마어마한 식감에 손사래를 칠 수밖에 없었고 두 개 중 반개를 남기는 것을 최선으로 했다. 한 번쯤은 먹어볼 만한 리투아니아의 전통음식이다. 가격은 저렴해서 가성비를 찾는 요즘엔 나름 괜찮은 식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