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이브(2)
#거룩한 밤
살짝은 빈약한 식사로 심심한 배를 채우고 다시 한번 밤의 빌뉴스 대성당을 찾았다. 오후보다 거룩한 밤을 즐기는 사람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 성당의 앞에서 새어 나오는 노란 불빛이 예수의 탄생 직전을 알리는 듯 보였다.이 광장에서 크리스마스의 이브를 보내는 이들을 대공작의 동상도 늠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오후에는 볼 수 없었던 작은 불빛들이 주변의 거리를 세세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발걸음을 옮긴 대성당의 옆에는 리투아니아 국립 박물관이 게디미나스 타워가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 세워져 있었는데, 앞의 본인의 옷 위에 눈옷을 따뜻하게 덮은 대관리처럼 보이는 사람의 앉은 동상이 절묘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뒤의 깃발을 꽂은 게디미나스 타워가 동상만큼이나 절묘해보였다.
강이 흐르는 다리를 건널까 했지만, 그쯤 하기로 했다. 빈약한 식사를 달랠 편의점으로 향했다. 분주한 거리에 편의점 한 곳에서 나의 최애 조합 초코 코코볼과 오렌지 주스를 저렴한 유로 동전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저렴한 물가가 마음에 드는 나라
물가가 정말 마음에 드는 나라이다. 오스트리아에서 먹었던 20유로짜리 슈니첼이 적잖이 충격이었는지, 어디를 갈 때마다 20유로와 비교하게 되는데, 리투아니아는 아주 합리적이고 기꺼이 낼 의향이 생기는 물가였다. (그렇다고 고급 레스토랑도 저렴한 물가라는 것은 아니다.)언젠가 오를 리투아니아의 물가가 그리워질 것 같았다.
편의점이 있는 새벽의 문과 이어진 거리와 우리의 숙소는 한 골목으로 가까워 이동하기 편했다. 들어와서 꺼진 출출한 배를 나는 오렌지 코코볼(?)의 조합으로 친구는 한국인의 비기 컵라면을 선택했다. 나도 그 비기 앞에 흔들릴 뻔했으나, 오렌지 코코볼과의 의리를 지켰다. 다 먹고 컵라면의 국물을 마셨다. 어쨌든 다 먹고 마셨으니 의리는 지킨 게 맞지 않겠는가. 생소하고 영문으로 쓰기도 어려운 리투아니아에서의 첫날을 끝냈다. 여타의 유럽과는 다른 모습을 한 이 나라에 조금씩 적응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