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4). <Aciu 리투아니아>

크리스마스의 이브(2)

by 작은누룽지

#거룩한 밤

살짝은 빈약한 식사로 심심한 배를 채우고 다시 한번 밤의 빌뉴스 대성당을 찾았다. 오후보다 거룩한 밤을 즐기는 사람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 성당의 앞에서 새어 나오는 노란 불빛이 예수의 탄생 직전을 알리는 듯 보였다.이 광장에서 크리스마스의 이브를 보내는 이들을 대공작의 동상도 늠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오후에는 볼 수 없었던 작은 불빛들이 주변의 거리를 세세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발걸음을 옮긴 대성당의 옆에는 리투아니아 국립 박물관이 게디미나스 타워가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 세워져 있었는데, 앞의 본인의 옷 위에 눈옷을 따뜻하게 덮은 대관리처럼 보이는 사람의 앉은 동상이 절묘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뒤의 깃발을 꽂은 게디미나스 타워가 동상만큼이나 절묘해보였다.

국립박물관의 모습, 밤이 내려 앉아 게디미나스 타워를 이 세상의 홀로 서있는 등대와 같은 모습으로 만들어 주었다.

강이 흐르는 다리를 건널까 했지만, 그쯤 하기로 했다. 빈약한 식사를 달랠 편의점으로 향했다. 분주한 거리에 편의점 한 곳에서 나의 최애 조합 초코 코코볼과 오렌지 주스를 저렴한 유로 동전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저렴한 물가가 마음에 드는 나라

물가가 정말 마음에 드는 나라이다. 오스트리아에서 먹었던 20유로짜리 슈니첼이 적잖이 충격이었는지, 어디를 갈 때마다 20유로와 비교하게 되는데, 리투아니아는 아주 합리적이고 기꺼이 낼 의향이 생기는 물가였다. (그렇다고 고급 레스토랑도 저렴한 물가라는 것은 아니다.)언젠가 오를 리투아니아의 물가가 그리워질 것 같았다.


편의점이 있는 새벽의 문과 이어진 거리와 우리의 숙소는 한 골목으로 가까워 이동하기 편했다. 들어와서 꺼진 출출한 배를 나는 오렌지 코코볼(?)의 조합으로 친구는 한국인의 비기 컵라면을 선택했다. 나도 그 비기 앞에 흔들릴 뻔했으나, 오렌지 코코볼과의 의리를 지켰다. 다 먹고 컵라면의 국물을 마셨다. 어쨌든 다 먹고 마셨으니 의리는 지킨 게 맞지 않겠는가. 생소하고 영문으로 쓰기도 어려운 리투아니아에서의 첫날을 끝냈다. 여타의 유럽과는 다른 모습을 한 이 나라에 조금씩 적응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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