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뉴스가 가진 美를 감상하다(2)
#예술가의 흔적, 우주피스공화국
흐르는 강줄기를 따라 연결된 다리를 건너면 우주피스 공화국에 입국할 수 있다. 신기한 곳이다. 사람은 없지만, 사람이 다녀간 흔적은 있는 그런 곳이다. 조금 걸으면 우주피스의 중심에 도달할 수 있는데, 그곳에서 이곳의 청동 수호신을 만날 수 있다. 중심이라는 말과 무색하게 텅텅 빈 광장을 지키는 수호신의 모습이 어색해 보였다. 어느 한 골목에는 예술가들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들만의 세계, 우주피스 헌법
사회 비판적인 목적의 작품들 특히 SNS의 못난 모습들을 간접적으로나마 드러내고 싶었던 이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했다. 충분히 고찰해봐야 할 문제임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골목을 떠나 조금 더 걷다 보면 우주피스 헌법 전문이 적힌 곳을 발견할 수 있다. 꽤 긴 벽이었는데,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있었고,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글도 한 폭에 자리 잡고 있었다. 참 재밌는 헌법이다. 그들의 헌법 제3조에 의하면, 모든 사람은 죽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나, 이것이 의무는 아니다. 의무가 아니라면 이곳의 사람들은 평생 살 수 있는 권리도 가질 수 있다는 것인가.
여태껏 죽는 것은 필연이자 어떻게 보면 의무라고 생각했던 상식이 다르게 적용됐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삼단논법의 가장 대표적인 예. A: 모든 사람은 죽는다. B: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결론: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모든 사람이 공식처럼 알고 있는 이 논제가 깨질 수 있는 유일한 곳일 것이다. 하나 더 재밌는 제13조. 고양이는 주인을 절대적으로 사랑할 의무는 없지만, 주인이 어려운 순간에는 꼭 도와주어야한다.
고양이 집사들의 애환이 담겨있는 문구가 아닌가 싶다. 공동묘지는 보지 않았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의 날씨와 묘지가 그렇게 달갑지 않았다. 예술인들의 마을이라는 이곳이 살짝은 의아했다. 겨울이 온 알록달록하던 마을의 색감이 처지는 침체된 이미지와 예술인들의 상상 속 화려함이 아이러니하게도 잘 어울렸다. 그새 마을의 끝이 보이고 다리를 건너 우주피스공화국을 나왔다. 생기 대신 적막함이 내려앉은 우주피스는 화려한 봄이 치장해주기를 기다리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