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8). <Aciu 리투아니아>

빌뉴스가 가진 美를 감상하다(3)

by 작은누룽지

#코리안 캐럿

오후 4시. 다시 길게 뻗은 거리를 거닐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기념품도 좀 보고 저녁도 한 끼 먹어보려 했다. 이것저것 매력적인 기념품들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단연 리투아니아의 지금은 상용하지 않는 리타스 화폐였다. 약 6천원 정도 하는 2리타스를 구매했다. (1리타스에 3유로 정도라고 한다.)이 외에도, 스노우 볼, 열쇠고리, 팔찌 등 저렴한 가격에 충동구매를 할 수 있었다. 이후 빌뉴스는 금세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오후 4시 반 정도면 해가 지는 이곳의 겨울이었다.


다시 현지음식의 구미가 땡기는 시간대가 되었다. 이곳에 와서 먹은 것이라고는 맛이 보장되는 우리나라의 뜨끈한 육개장과 컵라면, 맛은 보장되지 않은 현지의 키비나이와, 나에게는 확실한 오렌지 코코볼이 전부였으니 단백질이 풍부한 고기요리가 당길 때쯤이 되었다. 새벽의 문 근처에는 지하로 통하는 음식점 한 곳이 있다. 아늑하고 벽돌로 된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식당에서 바비큐 냄새가 아주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벽에 붙은 예쁜 그릇도 분위기를 더 고급스러운 식당처럼 느껴지게 했다.메뉴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꼬치구이 샤슬릭처럼, 화덕에서 내어주는 종류의 고기들과 야채 및 사이드를 한판으로 주문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호를 제공했다. 고기는 돼지고기, 빵과 밥 중에는 역시 밥, 샐러드에서는 ‘Korean Carrot’이라고 당당히 적힌 선택지가 있었다. 한국인들도 잘 알지 못하는 이 나라에 Korean이라는 말이 들어간 음식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직원에게 조심스레 우리가 한국에서 왔는데, 이 Korean Carrot이 무엇인지 알 수 있냐고 물었다. 직원 또한 약간은 당황한 눈치였다. 한국에서 온 관광객이 이것을 보고 묻는 게 신기할 만했다. 내가 반대로 음식점의 직원인데 메뉴에 Lithuanian Cabbage를 본 리투아니아인이 물어본다면 같은 반응이었을거다. 하지만 우리가 당근이 유명한 나라도 아닌데, 김치라면 모를까. 직원은 이 Korean을 Spicy를 대표하는 말로 설명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김치의 매콤한 맛을 가져온 것이라 설명했다. 여기서 Korean을 보고 안 먹어볼 수 없어서 바로 선택했다.


그 자리에서 바로 구워주는 듯 시간이 좀 걸렸다. 플레이팅 된 음식은 먹음직스러웠다. 대망의 한국식 당근은 당근을 채썰기 한 것에 고춧가루를 뿌린 차가운 당근이었다. 기대했던 모습의 코리안 캐럿은 아니었지만, 친숙한 밥과 숯불 향이 나는 고기가 아쉬움을 달래줄 만큼 든든했다. 아리송한 한국식 당근에 갸우뚱하며 직원과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밖으로 나왔다.


#12.25

얼어붙은 울퉁불퉁한 인도가 발에서 붙어 느껴질 듯 밖에는 어둠과 함께 추위가 찾아왔다. 밤과 추위는 오히려 더 밝은 빌뉴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시청광장의 빛과 이름 모를 성당들의 색감들이 회색빛 하늘의 낮보다 더 아름답게 하는 것이었다. 천천히 운치를 즐기며 그 길로 빌뉴스 대성당까지 내려왔다. 밤이 되면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마성의 성당은 어제보다 더 많은 사람으로 야시장의 그야말로 성탄축제였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크리스마스 마켓의 따뜻한 로맨스 영화 같은 분위기를 즐겼다.


겨울처럼 날이 많이 흐린 날에는 아름다움의 진가를 낮에 발견하기란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 온전한 그 풍경의 색을 어둡게 물들게 하는 구름과 회색빛이 밤의 조명을 찾게 하는 이유일 터. 조용히 빛나던 오스트리아의 오페라하우스도 터키의 아야 소피아도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 빌뉴스 역시 날이 좋은 봄과 여름에도 밤을 기대할 그런 도시였다. 새벽의 문이라는 이름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빛의 시작이 아닌 어둠의 끝자락에서 빛나는 그 문과 이곳의 많은 것이 그러했다. 낮의 어둠보다 밤의 어둠을 더욱 기대하게 하는 리투아니아의 빌뉴스 그 둘째 날도 다른 내일을 위해 저물어갔다.

새벽의 문과 문을 지나면 볼 수 있는 예수의 작화이다.
크리스마스의 밤을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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