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9). <Aciu 리투아니아>

리투아니아의 진면목, 트라카이(부제: 여기에는 분명 엘사가 살거야)-1

by 작은누룽지

#새로운 만남, 짧은 인사

어제처럼 어두운 새벽에 눈을 떴다. 오늘은 리투아니아 하면 빠질 수 없는 트라카이성에 가보려고 한다. 보통은 여름에 요트와 함께 나른한 오후를 즐기기 위해 간다는데, 겨울만의 낭만을 즐기기 위해 오늘도 기대에 부푼 채 숙소의 문을 나섰다. 일어난 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어스름이 가시지 않았다. 주인장 아저씨가 방문객과 숙소를 체크하러 왔는지, 아침 일찍부터 대화를 나누고 계셨다. 클립보드를 들고 있던 푸근한 인상의 방문객이 우리를 슬쩍 보더니, 실례가 아니라면 어디서 왔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서 온 우리를 너무나도 반갑게 반겨주었다. ‘Korea!’ 아저씨의 목에서 나온 한마디가 리투아니아의 아침을 꺠웠다.


트라카이에 가기 위해서는 버스터미널을 통해 지정된 버스로 30분을 달려간다. 우리가 있는 숙소에서 새벽의 문을 지나 길을 따라가다 보면 나오는 기차역과 눈도장을 찍고 옆길로 돌아서서 조금만 더 걸으면 조그만 버스터미널이 나온다. 뒤뚱뒤뚱 걸어가는 비둘기를 뒤따라 정류장의 한 버스 기사에게 트라카이로 가는 표를 직접 구할 수 있었다. 오래된 버스가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여러 공업단지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것 같은 러시아식 아파트를 배경 삼아 고속도로로 넘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건물들은 사라지고 시야에 허허벌판과 눈 쌓인 나무들이 시야에 보이기를 몇십 분, 작은 간이 정류장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 중 우리 둘과 다른 여행객인 남자 둘만 멀뚱멀뚱 주변을 살펴볼 뿐이었다. 정류장 앞의 큰 표지판이 성까지 2km임을 알려줄 뿐이었다. 지도를 보고 주변을 살펴보는데 그 둘 중 한 명이 트라카이 성까지 가는 방법을 물어왔다. 물론 우리도 아는 것이 없었기에 지도를 보고 있는 것뿐이라고 했다. 그들은 인도에서 온 여행객으로 피차 길을 모르니 같이 여행길에 올랐다. 이들은 지금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거쳐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마지막 리투아니아의 여정을 남겨두고 있다고 했다. 인도에서 출발할 때는 분명 배가 홀쭉했는데, 여기까지 오면서 뱃살이 흘러내린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인도 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나는 정보를 얻어보고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 둘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인도 여행은 끝이 없다는 것이다. 수도는 물론 바라나시, 뭄바이, 국경 주변의 도시들 모두 끝이 없는 볼거리들로 가득 차 있음을 강조함과 동시에 인도인들의 과한 호기심을 조심하기를 권했다. 한국과 일본처럼 예의와 개인의 경계를 넘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추천과 비추천을 같이 받았다.


#트라카이 성으로

트라카이 성으로 가는 길. 차도 방향으로 오밀조밀한 주택들과 쌓인 눈이 매력적이었는데, 트라카이 지도를 보면 도시의 면적이 땅보다는 호수가 더 넓게 형성되어 길과 주택의 양옆으로 호수가 이따금 씩 보이는 것이 신비로웠다. ‘I love Trakai’가 보이는 팻말을 지나 왼쪽의 샛길과 도로가 갈라지는 길로 나와 친구가 옆의 샛길로 인도인 두 사람은 직진의 길을 선택했다.


눈을 밟는 소복 소복하는 소리와 호수를 바라보니 느낌이 새로웠다. 마치 설산의 잔잔한 호수길처럼 늘어선 길은 어느 순간 보이는 트라카이성으로 이어졌다. 가는 길에 호수에 열심히 발길질하며 뭍으로 올라오려는 오리들을 만났다. 몇몇 올라온 오리들도 뒤뚱거리며 매력을 발산했다. 귀여운 오리들에게 나도 모르게 손이 갔다. 검지를 내밀었는데, 자기들 먹인 줄 알았는지 부리로 물어버렸다. 깜짝 놀라 ‘악!’하고 소리를 질렀다. 태연한 표정의 오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호수로 내려갔는데, 장갑을 끼고 있어서 그런지 그 녀석의 이빨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찝찝한 가시지 않았다.

은은하게 어렴풋이 보이는 성이 한껏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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