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의 진면목, 트라카이(부제:여기에는 분명 엘사가 살거야)-3
#넘어가는 풍경을 지켜보다
점심시간을 훨씬 지나 2시가 되어 슬슬 해가 넘어갈한 바퀴를 다 돌고 다시 정면에 섰다. 해가 구름을 뚫고 빛을 내기 시작했다. 밝은 빛을 받은 성이 본연의 색감을 뽐내며 더 아름다워졌다. 이 순간을 놓칠세라 다리를 건넜다. 역시나 다리를 건너기 시작할 때부터 다시 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잠시 잊고 있었던 추위에 겨우 사진을 담아낼 수 있었다. 인생샷을 찍기에는 바람에 날리는 머리들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저 감성 만난 아재처럼 풍경을 간직할 뿐이었다.
돌아가는 길 오리가족을 만난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잠든 호수를 보며 식사할 수 있는 레스토랑을 보고 앞장서던 친구가 문고리를 잡았다. 나는 당연히 열었을 줄 알고 밀고 들어가려다 문과 부딪혔다. 머쓱하여 기다리는데 열지를 못해서 내가 문고리를 잡았다. 조금 문이 거칠기는 했으나 힘을 주니 열렸다.
열림과 동시에 뒤에서 호탕한 웃음소리들이 들렸다. 한 가족이 우리가 하는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본인들도 식당에 들어오려고 했는데, 둘의 덤앤더머 같은 모습이 재밌었는지 계속 뒤에서 우리가 문을 열길 기다렸다. 혹시나 내가 문에 머리를 박은 것도 보지는 않았나 싶어 뒤도 안 돌아보고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식당의 직원도 우리가 문을 못 열고 있는 모습을 본 듯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 차 있었다.
#어딜가나 맛있는 음식은 있기마련
통나무로 지은 레스토랑이 정겹고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메뉴판을 받들고 키비나이가 아니라 다른 음식이 있기를 원했는데, 다행히도 음식의 종류가 다양했다. 나는 다진 고기에 파인애플이 들어가 있는 음식을, 친구는 베이컨과 웨지감자 요리를 주문했다. 다진 고기 안에 파인애플이라 신기한 조합이었다. 친구와 찍은 사진을 주고받으니 금방 요리가 나왔다. 요리의 플레이팅이 깔끔했다.
샐러드와 메인 요리의 조화가 좋았는데, 다진 고기가 마치 햄버거의 패티처럼 노릇하게 구워져 나왔고, 각종 상큼한 야채와 과일, 감자를 마늘 모양으로 잘게 썰어 옥수수 통 모양으로 쪄낸 것이 특이했다. 먼저 이 음식의 메인 고기를 크게 잘라 먹어봤다. 신기하게도 바삭한 고기와 상큼하고 달달한 파인애플이 잘 어울렸다.
어떻게 이런 음식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라는 맛을 자아낼 정도였다. 하긴 파인애플 피자 파인애플 햄버거도 좋아하는 나로서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지 싶었어도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에서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따로 나온 디핑소스와도 잘 어울리는 고기패티가 2장이라는 것이 행복했다. 통 옥수수 같은 감자도 특유의 짭짤함이 좋았다. 샐러드도 신선했다. 키비나이를 먹고 이곳에서 조금 음식은 힘들겠구나 싶었던 마음이 싹 사라졌다. 여행만 오면 잡식성이 되는 나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다시 오리라
든든한 식사를 마쳤다.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 이곳도 여름이 되는 날 다시 오리라는 마음가짐으로 우리가 왔던 작은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20분을 기다려 우리를 다시 빌뉴스로 데려다줄 버스가 도착했다. 이제 리투아니아의 마지막 여정이 얼마 남지 않음을 실감하고 조용히 버스로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갔다. 빌뉴스에서 내렸을 때는 이미 어둑해지고 있었다. 4시 정도였는데, 시내로 돌아가다 마주친 아까의 기차역에 초록색의 불빛이 들어왔다. 생각보다 몸이 무거웠다. 아침부터 그렇게 다녔으니 힘들만도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