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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 Nov 13. 2022

도시편집자 8 : 은사恩師 은사隱師

이토록 낯선 너그러운 눈길

'도시편집자' 프로그램은, 참여자 모두의 결과물 전시로 마무리됩니다.

이를 위해서 두 분의 현역 작가님을 모셔서 전시 구성에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희 조는 또 다른 조, 그리고 김영훈 작가님과 함께 어떻게 8명이 예쁘지만 좁은 '터무니창작소' 공간을 활용할지 의견을 나누어 보았지요.

저의 유리알처럼 진솔한 마음은 이랬습니다.

게다가 저의 작업물은 말 그대로 기록 그 자체였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부터 쭉 해왔듯이 - 그림과 글, 때로는 둘 중 어느 것도 아닌 순간의 끄적임 자체에 국한된 다듬어지지 않은 단순한 발산 말입니다.

제가 내밀 수 있는 것이라고 해야 그 모든 것을 한 데 묶은 종이 뭉치 정도였지요.

이것을 전시해야 하다니, 그 자체로 환경 중심의 재활용 개념 미술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이 될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학 시절 은사님을 닮으신 김영훈 작가님은 저를 포함해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업물을 진지하게 들여다보시고, 알맞은 전시 형태를 찾아 주시고자 애쓰셨어요.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다르고, 그에 따라 결과물 역시 천차만별이어서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선 우리 모두 말로써 어느 정도 전시의 구성을 마쳐 둔 상태지만 - 아마 작가님의 진짜 '업무'는 시각 결과물을 도출해 내는 전시 디스플레이부터일 것입니다.

덕분에 책 한 권, 아이디어 스케치북 하나 덜렁 가져다 두려던 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 이제 다양한 기획을 해보고 있어요.

이 과정을 통해 저는 어설플 수 있는 기회, 시행착오를 누리는 권리, 또 답답한 말썽꾸러기가 되어 볼 수 있었어요. 

이게 도대체 얼마만이며 - 어찌나 즐겁던지!

우리 엄마 말고, 누가 나에게 실수할 권리를 줄까요?

언제부턴가 작은 흠조차도 관용으로 넘어갈 수 없는 분위기가 사회를 아우르고 있어요.

특히 사회인에게는 더욱 그렇죠 - 어른으로서 우리는 서로에게 틈을 보이지 않으려고 무척이나 노력합니다.

저처럼 실수가 잦은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인 것처럼 연기를 해야만 오히려 유연하게 넘어갈 수 있지요.

최근 일 년 여간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제가 느낀 건 - 그 속에서는 내 부족함이 완충되는 지점이 발생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언젠가, 아직 학생이었을 때에 - 학교와, 부모님과, 사회로부터 그런 존재였듯이.

'도시편집자' 프로그램 전체를 주관하시면서, 직접적인 길을 제시하기보다 길을 찾아 나갈 수 있는 수단을 알려 주셨던 윤한 님과 백낙원 님.

상세한 인디케이션과 기준을 제시했다면 모두가 더 편리하고 간단하게 작업할 수 있었겠지만, 결과물의 도출은 비교적 일률적이었을 것입니다.

춘천문화재단의 권현아 님과 김고운 님은 행정 체계와 시민 사이에서 양면의 방패 역할을 해주고 계십니다.

시민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재단의 지출이 지역 내에서 의미를 갖게끔 균형을 잡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자생력을 갖추는 것에 집중하는 이 접근 방식이 우리나라 전역이 수십 년째 오래 앓고 있는 단편적이고 휘발적인 문화 정책을 타개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되겠지요.

'일당백'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스케치

이 모든 숨겨진 선생님들 덕에, 좌충우돌하는 학생일 수 있는 순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 '도시편집자'에 참여하는 우리들, 또 문화 프로그램에 함께 했고, 함께 하고, 함께 할 것일 시민이 알고 있을까요?

어른으로서 잠재력에 대한 기대 어린 시선, 또 기다림의 대상이 된다는 건 참 특별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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