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여행지 찾기
여행을 하다 보면 유난히 기억 속에 남는 곳이 있다. 그게 그 도시 전체가 될 수도 있고 도시의 특정 여행지가 될 수도 있다. 나에게 화성은 연쇄살인사건이라는 결코 아름답지 못한 곳으로 기억되는 곳이었다. 내가 태어났을 때의 사건도 아니었건만 너무 많은 괴담을 들어서 자연스레 기억에 남았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우연히 SNS에서 화성에서 찍었다는 한 사진을 보게 되었고, 나에게 화성은 괴담을 품은 도시가 아닌 한 번 다녀와봐야 할 도시로 바뀌게 되었다.
나는 여행을 하면 한 번 갈 때, 정복하자!!라는 마인드가 강해 여기저기 다 들렀다 오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간만에 혼자 여행 계획을 준비하게 되었다. 의외로 화성 여행지를 알아보니 가볼만한 곳들이 많이 보였다. 안산이랑도 가까워 같이 갔다 올 수도 있겠구나 싶었기도 했다. 오랜만에 혼자 가는 여행이기도 해서 들뜬 마음이 무심코 흘러나오고 있었다. 직업상 매일 다른 사람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하다 보니 가끔은 아무 말도 안 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그리울 때가 있다. 물론 지금은 자취를 하기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만 집에서 일할 때는 혼자라는 시간이 없었다. 물론 부모님도 바쁘셔서 같이 있거나 대화를 많이 할 시간이 없었지만 그 미묘한 느낌이라고 할까? 그런 부분이 현저히 좀 다른 느낌이다.
아무튼 그렇게 혼자 준비한 화성 여행. 여러 가지 생각이 복잡할 때 찾게 됐던 곳이다. 기대를 많이 했던 곳도 있고 그냥 가까우니깐 가보자 하는 곳도 있었는데 의외로 여기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여행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평소 바다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바다는 다 같은 바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화성의 이 바다를 보고 그동안의 내 생각이 편견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더 이상 괴담이 아닌 석양이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이 바뀌게 된 화성 여행을 소개해 보겠다.
인생 바다 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궁평항 노을 지는 모습이다. 세계 3대 선셋이라는 코타키나발루에 갔을 때도 이 정도의 감동은 받지 못했던 것 같은데 정말 아름다운 석양이었다. 시간마다 변화하는 하늘의 모습은 가히 절경이었고, 여기에 있는 하나하나가 전부 예술작품 같았다.
나올 때 차가 무지막지하게 밀린다는 것만 제외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곳이다. 바다 한가운데로 쭉 가로지르고 있는 산책길을 거닐면서 지는 석양을 바라보면 그것만으로 힐링이 되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애초에 잠깐만 보려고 했던 바다는 해가 지고 어두컴컴해질 때까지 지켜보게 되었다.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좋은 여행지가 될 거라 생각한다.
바닷길이 열려야지만 들어갈 수 있는 섬 제부도다. 내가 갔을 때는 닫히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닫히는 모습도 나름 볼만한 관경이었다. 있던 길이 서서히 물에 잠기는 모습은 어디서도 쉽게 보기 어려운 풍경일 것이다. 제부도에 직접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이 풍경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하지만 제부도에 들어갈 생각으로 가는 사람들은 물이 차고 빠지는 시간을 미리 알아 가면 좋을 것이다.
원래 화성 여행을 계획하게 했던 곳이다. 사파리 초원 같은 이색적인 모습에 여긴 한 번 꼭 가봐야지!! 했던 곳인데 아쉽게 시기가 맞지 않아 내가 생각했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전부 없어지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이 길을 드라이브하는 것 또한 이색적인 느낌이었다. 푸른 초원을 드라이브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곳이다.
원래 나는 이런 전망대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전망대 하면 다 비슷비슷한 풍경, 비슷비슷한 모습을 봐와서 별 다른 큰 기대가 없었는데 여기서 바라보는 뷰는 좀 달랐다. 3면이 다 다른 모습이랄까? 한쪽은 굽이굽이 올라는 길과 숲의 모습이 이상적이고 다른 한 면은 뻥 뚫린 초원과 바다의 모습이다. 그리고 다른 한 면은 다리가 쭉 연결되어 반대편에 도시의 모습이 있는데 그 모습들이 모두 다 한눈에 펼쳐진 뷰라는 게 굉장히 색다른 느낌이었다. 무료 전망대이기 때문에 수섬 갔다가 한 번 들렀다 가기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다.
여기가 내가 봤던 수섬의 한 모습이었던 것 같다. 여기 삘기꽃이 피는데 그 모습이 정말 예쁜 곳이다. 하지만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산책길이나 데크가 잘 되어 있는 것과는 반대로 뱀이나, 벌 등 야생 그대로의 날것들이 가끔 출몰한다고 한다. 사실 그래서 갈 때 너무나도 맘 졸였던... 근데 맘 졸인 것과는 반대로 날씨도 너무 좋고 풍경도 너무 예뻐서 정말 외국에 나온 기분이었다. 요즘 같은 시국에 가서 이국적인 느낌을 맘껏 느끼고 와도 좋을 것 같다.
오이도는 사실 인천에 더 가까운 곳인데 밤바다 보러 한 바퀴 돌아봤다. 여기는 대천처럼 횟집과 사람들이 많아서 주차공간도 그렇게 넉넉하지 않았는데 밤바다만큼은 너무나도 좋았던 곳이다.
간만에 혼자서 하는 여행이었는데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 같은 여행이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오롯이 나만을 위한 여행. 가끔은 이런 여행도 필요한 거 같다. 누군가에게 얽매이지 말고 나를 위한 나만을 위한 여행을 해보는 것도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