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힘들기만 한다면 너무 힘들겠지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출근해서 하는 말이 퇴근하고 싶다가 아닐까? 나는 전날 잠들기 전에 출근하기 싫다로 시작해서 아침에 일어날 때 퇴근하고 싶다를 외치며 일어난다. 근데 또 막상 출근하면 일 잘하고 숙제받은 거 처리하고 할 일 하고 온다. 하지만 늘 항상 끊임없이 고민한다.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살 것인가를. 고등학교 때 대학교 학과 선택할 때부터 정말 꾸준하게 해온 고민이다. 어떤 과를 선택해 앞으로 내 진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그런 고민들. 그때를 생각해 보면 원서 쓸 때 후회도 좀 했었다. 쓸 때 없는 반항심에 고3 때 성적이 뚝 떨어졌었다. 진짜 수직 하향.... 그때는 그냥 그런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책상 앞에만 앉쳐 놓더니 갑자기 한순간에 인생을 선택하라고 하네. 거지 같은 세상. 뭐 이런 반항심? 특히 나는 시골에서 살았다 보니까 문화적 혜택 같은 것도 상대적으로 좀 열악했고 뭐, 핑계를 대자면 끝도 없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고심 끝에 하고 싶은 걸 생각했는데 성적 안돼서 지원하지도 못했던. 그때의 경험을 되살려 지금 고등학생들한테 해주고 싶은 말은 하고 싶은 게 없어도, 뭘 해야 될지 몰라도, 아무것도 하기 싫어도 그냥 그때 할 수 있는 공부라도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니가 정말 하고 싶은게 생겼을 때 니 발목 니가 잡지 말고.
순간의 반항심에, 방황에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른다는 막막함에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주저앉아 있지 말고 그 나이 때 할 수 있는 걸 최선을 다하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하고 싶은 게 없다가도 정말 한 순간에 운명의 무언갈 찾아낼 수도 만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그때 내가 해 놓은 게 없다면 시작부터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야 할 수도 있다. 해 놓은 게 많고 준비가 된 상황에서도 고난과 역경을 겪을 수도 있는데,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그러한 상황은 더욱 거세게 올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내 얘기를 하지면 그 당시 나는 결국 그냥 취업 잘된다고 하는 과에 성적에 맞춰 원서를 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나서 대학에 갔을 때는 뭐, 그냥 졸업장과 자격증 한 2500만 원 주고 산 기분..^^ 용감하게 자퇴하고 다른 걸 할 자신도, 그만큼 하고 싶은 것도 없었기에 그냥 주어진 상황에 맞게 흘러가는 대로 생활했다. 당연히 학교에 애정은 없었고, 학과에 대한 애착이나 전공에 관한 필요성도 딱히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전공과 무관한 첫 직장에 취업해 갖은 고난과 역경을 겪으며 그래도 나름 많은 걸 배워 왔다. 그때 들은 이야기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이야기였다. 그냥 힘들기만 한 일을 하지 말고 힘들 가치가 있는 일을 하라고. 지금 본인이 하는 일이 본인에게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이 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를 듣고 직업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하게 됐다. 그동안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그냥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았는데 인생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물론 그 고민으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와 자괴감에 빠지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 시간들이 나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느끼고 있다. 어쨌든 이 시간 후로 나는 진지하게 내가 왜 이 직업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지 어떤 부분을 어려워하는지 생각해 보게 됐다. 우선 안정적인지 못하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일을 잘하고, 많이 하고 적게 하는 것보다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불안감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큰 중요한 요소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또한 이 일이 앞으로 나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그때는 정말 그 생각이 압도적으로 컸다. 그렇게 나는 1년의 고민 끝에 퇴사하게 되었다. 퇴사하고 나서 삶의 여유를 좀 즐기다가 다시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두 번째 직장은 지금과 같은 일을 하는 곳이었다. 직업을 고민하고 찾는 사람들을 위한. 물론 현실과의 괴리감은 조금 있었으나 그건 어느 직업에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일도 100% 내가 원하는 그런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전 보다 안정적이고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직업이었다. 그렇게 1년 넘게 일 하다가 지사 상황이 좋지 않아 다시 퇴사를 하게 되었는데 이때 퇴사 무렵에 교통사고가 나고 좀 굴곡진 일이 있던 시기였다. 그때 당시에는 좀 힘들었지만 왜 이런 일은 나에게만!! 이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냥 평소보다 힘들구나 정도? 나는 일을 할 때 팀워크를 누구보다 중요시하는 사람인데 그때 당시 남아 있던 직원들과 팀워크가 나쁘지 않았고 이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컸던 거 같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넘기고 마무리를 잘하면서 이때 책 한 권을 읽게 되었다. 직업에 관한 책이었는데 직업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묻는 그런 책이었다. 이때 다시 한번 내 직업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나에게 직업은 먹고살기 위한 수단 그쯤이었는데 내가 정말 어떤 걸 좋아하는지 좀 찾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첫 번째 직장에서 들었던 그 이야기도 다시금 생각났다. 힘들기만 한 일을 하지 말고 힘들 가치가 있는 일을 하라는 것. 그렇다면 그 힘들 가치란 무엇인가? 사회에, 혹은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일인가, 아니면 나에게 있어 가치가 있는 일인가? 란 생각. 지금 현재 내 직업이 어렵다거나 가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만 일이 재밌지 않을 뿐. 물론 누가 일을 재밌게 하냐?고 하면 할 말 없지만 그래도 이왕 하는 일 하는 동안 최대한 즐겁고 보람되게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나는 일에 대한 열정이나 의욕이 정말 없는 편이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딱히 뭐가 부족하거나 하게 하지 않는다. 그냥 정말 시키는 일을 잘 쳐낼 뿐. 누군가는 그러면 된 거 아니냐? 그게 제일 어려운 거다 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그런 일이었다.
물론 나랑 만나는, 나에게 주어진 일이 있으면 성심성의껏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하지만 그게 전부이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봤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생각해 보면 여행보다 여행 가서 찍는 사진을 좀 더 좋아하는 편이다. 사진도 내가 찍히는 것보다는 찍어주는 걸. 그리고 내가 찍어 준 그 사진에 상대방이 만족해한다면 그것만큼 기분 좋은 일도 없고, 자부심도 느껴진다. 내가 사진을 찍기 시작한 건 중학교 3학년 때부터다. 그때 당신 같이 놀았던 친구들과 헤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3학년 때부터 디카를 가지고 다니며 매일매일 일상을 기록한다는 생각으로 늘 사진을 찍었다. 그러고 나서 그 이후의 사진이 쭉 있다. 집에 앨범도 있다.(그때 당시 친구들이 불태워야 할 1순위라고 하기도...) 그래서 이번에 책을 보면서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내가 좋아하는 일, 그 일을 좋아하는 이유, 내가 생각하는 직업의 가치 등에 대해. 그렇게 순서대로 생각해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유를 알게 되었고 나름의 가치도 찾게 되었다. 물론 아직 뚜렷한 무언가를 이룬 것도 그렇다고 그런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최소한 예전보다는 삶의 재미가 생겼다.
왜 사람들이 적당한 취미생활 하나쯤은 있어야 하고 꿈이 있는 사람은 삶의 원동력이 있다고 하지 않나? 나는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있어도 정말 원하는 일이 있고 그걸 준비한다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가 버틸만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이뤄 냈을 때 성취감과 삶의 활력이 생긴다. 아직 이게 힘들만한 가치인지는 모르겠으나 길고 오랫동안 해 볼 생각이다.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꾸준히 하고 싶다. 나는 30의 비로소 나름의 앞으로의 계획을 세웠다. 지금까지는 이 시작점에 서기 위해 묵묵히 걸어온 게 아닌가 싶다. 100세 시대인 만큼 천천히 걸어 보려 한다. 물론 중간에 가다가 다른 시작점에 설 수도 있겠지만 이전에도 말했듯이 아무것도 아닌 순간은 없다고 지금 내가 걸어가는 길로 인해 또 다른 새로운 시작점에 설 수 있었던 거라 믿고 싶다. 힘들기만 한 일이 아닌 힘들 가치가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