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유럽 이야기
블라디보스톡은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4시간 정도의 비행이면 바로 도착하는 곳!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갔다 왔던 스스로를 칭찬하는 요즘이다. 처음에 비행기 시간으로 2박 4일을 가기로 해 놓고 다 못 보고 오면 어쩌다 걱정했는데 가보니까 왜 2박 4일 일정의 비행을 하는지 알게 된 곳이다. 블라디보스톡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정말 2박 4일이면 너무 충분한 곳이다. 심지어 나는 모든 일정을 다 맞히고 갈 곳이 없어서 반야까지 갔다 왔던. 일정을 짜면서도 이 일정이 다 소화가 될까? 싶었는데 그건 그냥 나의 쓸데없는 걱정이었을 뿐이다. 그럼 두 번째 날 갔던 곳들을 언택트로 구경해 보길 바란다.
블라디보스톡 근교에 있는 섬이다. 시내에서 차로 한 30분 거리에 있는 곳이고 차에서 내려서 한 20분 정도 걸어가는 곳이다. 한반도 모양의 섬부터 절벽 위에 풍경까지 모든 게 좋았던 곳이다. 다만 가는 날 새벽에 비가 와서 산길을 걸을 때 진흙이 많아서 조금 걷기 어려울 뻔했지만 그래도 큰 일 없이 잘 다녀올 수 있었다. 루스키섬은 한국에서 미리 투어 예약을 해서 갔던 곳인데 비용은 1인당 3~4만 원 정도 했던 거 같다. 그럼 소수의 인원을 벤과 같은 차에 타서 이동하는데 시내에서 픽업해서 섬 갔다가 올 때 연방대학교까지 잠깐 시간을 내어 돌아볼 수 있게 들렀다 오기 때문에 가성비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 섬은 날씨가 안 좋은 날이 많기 때문에 가기 전에 꼭 미리 일기예보를 확인해 보고 가는 게 좋다. 나는 갔을 때 비는 오지 않았지만 새벽에 비가 와서 살짝 흐린 하늘이었다. 아쉽긴 했지만 비가 오지 않은 게 어디냐며 나름 만족해하면 돌아왔다.
중앙 광장이다. 내가 갔던 날 하루가 주말이었는데 주말에는 여기에 장이 선다. 그래서 현지 사람들이 직접 가꾼 채소, 꿀 등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나름 시음도 해볼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실제로 꿀을 좀 사 오고 싶었으나 캐리어에 넣을 때가 없어 아쉽게 사 오지 못했었다. 캐리어 여유 공간이 있는 사람들은 이런 장에서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것들을 사 오면 좋을 것 같다.
첫날 역에 가기 위해 걷고 있는데 유난히 한 곳에 줄이 서있는 걸 봤었다. 친구랑 둘이서 저긴 뭐하는 곳이지? 하면서 지나쳤는데 거기가 바로 여기 버거집이었다. 다행히 내가 갔을 때는 줄이 없어서 바로 들어가서 먹을 수 있었는데 평소에는 줄이 좀 긴 것 같았다. 수제 버거로 유명한 곳인데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좋은 곳이었다. 실제로 먹었을 때 나름 나쁘지 않았었던 기억이. 물론 우리나라도 요즘엔 맛있는 수제버거 집에 많아서 비교했을 때 진짜 잊지 못할 맛이다! 꼭 먹어라! 이런 건 아니었지만 유명한 곳이고 한 끼 적당히 맛있게 먹을 곳을 찾는다면 추천하는 곳이다.
집에 갈 때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가게 된 반야. 사실 2박 4일 일정이기 때문에 진짜 반야는 못할 줄 알고 아예 예약 조차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웬걸 일정을 다 마쳤는데도 불구하고 비행기 시간까지는 반나절도 더 남아 있었다. 더 이상 시내에서는 할 게 없었기에 이제부터 뭘 할까 찾다가 가기로 결정한 반야. 근데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유명한 곳은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겨우겨우 찾아서 자리가 있는 곳을 찾아낸 바로 이곳! 하지만 역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때 시간이 퇴근 시간이라 택시들이 다 여기를 가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리 차를 불러도 차가 오지 않았던. 그래, 그럼 차가 오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잡겠다! 하고 터미널 근처에 있었는데 거기 서 있는 한 택시기사와 흥정을 하게 되었다.
근데 아저씨가 여기만 가는 건 지금 이 시간에 차가 너무 많고 해서 갈 수 없다고 하며 너네 공항가?라고 갑자기 묻는. (이때 우리는 캐리어를 가지고 다니는 중이었다.) 그래서 그렇다고 하니 그럼 여기 갔다가 공항까지 내가 데려다주는 건 어때? 그러면 갈게! 이렇게 말해서 어차피 우리도 공항에 가야 됐기에 그래그래! 하고 이제 본격적인 가격 흥정. 처음에 너무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불러서 그 가격엔 갈 수 없다, 장난하냐!! 하면서 우리가 가격을 제시하고 그렇게 한 3번 왔다 갔다 한 끝에 서로가 만족할 만한 금액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택시를 타고 반야까지 왔고 아저씨는 너네 사우나할 동안 난 밥 먹고 올게! 있다 전화해! 이러고 가버렸다. 우리는 그렇게 반야에 도착해 본의 아니게 가장 큰 반야를 빌려서 둘이서 호화스럽게 사우나를 했다.
진짜 거짓말이 아니고 대가족이 쓰는 반야여서 사우나, 탕, 샤워실 말고도 가족회의하는 곳 자는 곳 등이 모두 있는 곳이었다. 어차피 남은 돈 털고 가는 거였기 때문에 마지막 아낌없이 플렉스 해버렸다. 수건도 없어서 수건 하나 빌리고 물도 샀었는데 나는 유럽 물이랑 안 맞는다는 걸 이날 처음 알게 되었다. 사우나하고 물을 마셨는데 속이 울렁거리고 약간 멀미하는 느낌. 물을 안 마시면 괜찮아서 아, 내가 여기 물이랑 안 맞는구나 하고 처음 알게 됨. 아무튼 그렇게 2시간 동안 반야를 하고 약속대로 아저씨한테 전화를 해서 무사히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엇 그러고 보니 이게 마지막 날 일정인데 둘째 날로 올라오게 되었네. 다음 편에서 블라디보스톡 마지막 여행 이야기를 마무리하겠다.
그리고 여행에 있어서 마지막 날은 무엇보다 쇼핑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유명한 츄다데이에 가서 거의 쓸어 담아왔다. 여기에 가면 꼭 사야 한다는 리스트를 추려서 사봤다. 일단 당근 크림과 그와 유사한 다른 크림들, 진주알 크림, 천연샴푸, 린스, 화장품, 먹을 거 등등을 사 왔다. 근데 진짜 가격이 저렴해서 기회가 있을 때 사야 한다는 생각으로 미친 듯이 샀다. 프로폴리스는 약국에서 샀는데 한국보다 훨씬 가격이 싸고 제약품들 대부분이 그래서 프로폴리스뿐만 아니라 다른 영양제 같은 것도 많이 사 온다고 한다. 그리고 그 외 간식들 조금 사고 나폴레옹 황제가 먹었다던 양주 미니어처를 사 와 기념품으로 가지고 있다.
하루빨리 다시 이렇게 자유롭게 다른 나라를 여행할 수 있는 순간이 오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