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일본을 그래도 제법 많이 가본 거 같은데 그 흔한 오사카를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일부러 피했던 것은 아닌데 어쩌다 보니 일본 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처음 가본다는 오사카를 못 가보게 되었다. 홋카이도는 어머니의 온도의 맞춰 선택한 여행지다. 우리 어머니는 몸에 열이 많으신 편인데 함께 베트남을 갔더니 즐거워하시면서도 한편으론 기후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 이번엔 좀 서늘한 지역으로 정하게 되었다. 부모님과 해외여행은 두 번째였다. 이제 나도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니 부모님께 큰 건 못 해 드려도 생신 때 다 같이 가족여행을 매년 가야겠다 생각했었다. 혼자서는 여기저기 많이 여행을 다녔는데 막상 부모님과 함께 갔던 여행은 언제였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그냥 혼자 생각하기로 막연히 부모님은 연세가 있으니까 이런 여행은힘들겠지 하고 혼자 정의 내려 버렸다. 하지만 함께 여행을 간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그것은 나의 오만한 착각이었으며 부모님도 나 못지않게 새롭고, 좋은 것들에 대한 호기심과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할 때는 나 혼자 모두를 챙기는 게 쉽지 않아 패키지를 이용하는 편이었다. 아무래도 단체 매너만 잘 지키면 사실 패키지만큼 편한 여행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 여행이 코로나 직전에 갔던 여행이기에 벌써 3년 전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다시 부모님과 새롭고 좋은 곳들을 더 늦기 전에 함께 하고 싶다.
당시 나는 여행박사 패키지 투어를 이용했었다. 패키지에서 항상 늘 고민인 게 선택사항인데 일본 여행은 그런 선택사항이 없는 상품이 많아서 좋았던 것 같다 이 상품도 그랬었기 때문에 그냥 편안하게 모든 여행 일정에 참여할 수 있었다.
사이로전망대
홋카이도 관광지 중 유명한 곳 중에 한 곳이다. 사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와 뭐 그리 다를 건 없지만 그래도 새로운 환경에 왔다는 게 해외여행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다. 하지만 잠깐 이렇게 일상을 벗어나 가족과 함께 온전히 행복한 순간을 누릴 수 있어서 참 기억에 많이 남는 여행이었다. 그리고 여기 매점에서 파는 마유크림이 정말 유명하다. 일반 시중에서 파는 마유 크림과 달리 말 태반으로 만들어진 크림으로 일반 시중에서 구할 수도 없고 인터넷으로 구매도 안 되는 오직 여기서만 구매할 수 있는 크림이다. 3통에 10만~12만 원 정도 했던 거 같은데 어머니가 정말 너무 좋아하셔서 더 사 오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웠다. 그때는 반신 반의 하는 마음으로 사실 엄청 저렴한 가격은 아니어서 그냥 한 세트만 구매했던 건데 어머니 반응을 보면 한 3세트 사 오면 좋았을 걸 이라는 생각이 항상 든다. 혹시 다음에 갈 기회가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제품이다.
도야호수
그리고 유람선 타는 일정이 있어서 도야호 수로 내려왔는데 날씨가 살짝 흐리긴 했지만 새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며 이곳이 호수가 아닌 마치 바다에 나와 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곳이었다.
도야호 유람선
유람선을 타고 섬 반대편으로 와서 잠깐 구경만 하고 바로 돌아갔다. 자유여행을 온 다른 관광객들은 여기서 내려 섬을 한 바퀴 산책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는 걷는 일정은 없었기에 그냥 유람선에서 구경하고 돌아와야 했다. 살짝 아쉬운 감은 있었으나 막상 내려서 걸으라고 해으면 힘들다고 그냥 선착장에 앉아 있었을지도 모른다.
쇼와 신잔
이날 대체로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그 마저도 이렇게 보니까 다 추억이 된 것 같다. 무엇보다 즐거워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니 생각보다 뿌듯했었다. 이런 기회를 앞으로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팬데믹으로 지금 계속 멈춰 있는 상태다. 국내로 간간히 여행을 다니고 있긴 하지만, 국내 여행은 언제든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님 덕분에 썩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지고쿠다니
지옥계곡? 같은 예명으로 유명한 곳이다. 유황 특유의 냄새가 나긴 하지만 엄청 심한 정도는 아니다. 여기는 코스 자체가 좀 걸어야 되는 코스이긴 하지만 많이 걷는 것도 아니고 걷기 힘든 지형도 아니라서 한 바퀴 둘러보기 딱 좋다. 활화산과 정말 물이 지글지글 끓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인 곳이다.
죠잔케이 온천 호텔
숲 뷰가 예술이었던 호텔이다. 내부는 그냥 전형적인 일본 전통 객실 모습이지만 좁지 않았고 식당에서 보이는 밖에 뷰가 정말 예뻤던 곳이다. 호텔에서 온천을 운영하고 있어 투숙객들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고 호텔에서 1분 거리에 조욕장이 있는데 앉아서 도란도란 수다 떨기 좋은 곳이다. 그리고 식당이 굉장히 큰 편인데 음식 메뉴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저녁때 삿포로 생맥주가 있어서 마셨는데 왜 삿포로 맥주가 유명한 건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정말 처음으로 맥주 먹고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벌써 첫 번째 여행기가 끝이 났다. 패키지의 장점은 알찬 거. 앞으로 홋카이도의 많은 여행지들이 남아 있으니 빠른 시일 내에 다음 여행기를 작성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