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면 가장 살고 싶은 도시? 한국에서 나에게 그런 도시는 사실 고향이었다. 어렸을 때는 얼른 커서 그곳을 떠나고 싶었는데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해 보니 왜 사람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복잡하고 어딘가 삭막한 그곳을 떠나 적당히 사람 살기 좋고 익숙하고 편안한 곳을 찾게 되는 사람 마음이랄까?
이즈미르가 튀르키예 사람들에게는 그런 도시 중에 하나라고 한다. 적당한 인프라와 일자리, 이스탄불처럼 복잡하지 않지만 웬만한 인프라는 모두 갖추어져 사람 살기는 좋은 도시. 관광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외부인들의 유동인구가 적어 상대적으로 덜 복잡하고 교통은 어느 정도 잘 잡혀 있어 이동하기 쉽고. 생활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도시인 곳이다.
나 또한 지인이 이즈미르에 살고 있지 않았다면 여행을 가서 굳이 이 도시에 갈 일이 있었을까? 싶었던 곳이다. 하지만 한 번 여행을 해 보니 이즈미르의 매력에 빠져 다음에 왔을 때도 잠깐 들러서 잠깐의 휴식을 취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던 도시이기도 하다.
이즈미르는 특별한 관광지가 있는 도시가 아니다. 그렇다 보니 현지인들이 거의 대부분이고 영어 소통이 잘 안 되는 도시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나라의 생활을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고 한적한 도시 여행을 하기 최적화된 곳이기도 하다. 특히 쇼핑을 좋아한다면 이스탄불 보다도 이즈미르가 더욱 적합한 도시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쇼핑몰과 재래시장, 현지인 마켓까지 다양한 쇼핑을 누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하나 특별한 점은 이즈미르가 전 세계 플라밍고 서식지의 10%를 담당하고 있는 곳이란 거 알고 있나?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즈미르에는 이 특별함을 누릴 수 있는 플라밍고 투어가 있는데 아는 사람만 아름아름 와서 하는 투어로 가격도 저렴하고 플라밍고뿐만 아니라 다양한 새들도 함께 볼 수 있다.
이즈미르 바다가 학교 다닐 때 한 번쯤은 다 들어봤을 에게해이고 이곳에 플라밍고와 다양한 새들이 서식하고 있다. 처음 투어를 알게 되었을 때는 약간 돌고래 투어? 같은 거로 생각했었다. 나가면 보는 것이 아닌 나가서 운이 좋으면 볼 수 있는 투어쯤으로 생각했었는데 그런 내 생각을 완전히 뒤엎은 투어였다. 그냥 나가면 바로 볼 수 있고 정말 수천 마리의 플라밍고를 볼 수 있는 투어이다.
플라밍고 새가 흔하게 볼 수 있는 새도 아니고 나는 플라밍고가 이렇게 바다에 서식하는지 몰랐는데 바다에 있는 플라밍고를 보니 신기함이 배가 되었던 거 같다. 이즈미르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무조건 추천하는 투어이다.
또한 조용히 힐링 여행하기도 좋은 도시이기도 하다. 특별히 어딘가를 가고 하루종일 관광하는 그런 여행이 아닌 적당히 산책하고 좋은 곳에서 가만히 앉아 멍도 한 번 때리고, 맛있는 곳에서 맛있는 한 끼를 먹고 그런 여행도 의미 있지 않을까?
이즈미르가 이런 여행을 하기 최적화된 곳이라고 생각한다. 도시 전체를 바다가 둘러싸고 있는 섬의 형태이기도 하고 실제로 바다를 중심으로 두 곳으로 나누어져 있어 수상택시로 왔다 갔다 하는 곳이기도 하다. 수상택시를 타고 바다도 건너면서 다른 곳으로 여행 가는 기분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특히 이즈미르는 해안가를 따라 해안 산책로가 잘 되어 있기도 하고 공원도 잘 되어 있어 해안가를 걷다 보면 삼삼오오 모여 날씨 좋은 날 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물론 그 모습을 보면서 K-돗자리의 위상을 보여 줄 수 없어 아쉬움이 좀 남았다. 천이 아니어도 알록달록 방수까지 되는 돗자리를 모르는 그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고 싶었던 마음이랄까?
근데 또 보다 보니 캠핑용 의자와 테이블을 가지고 나와 있는 사람들도 꽤 많이 보여 이곳에서도 캠핑용품은 수요가 많이 있겠구나란 엉뚱한 생각도 좀 들었다. 한 명의 캠퍼로써 더 좋은 용품을 추천해 주고 싶은 마음이 문득문득 들었다고나 할까?
이곳은 이즈미르 시계탑인데 이즈미르에 유일하게 관광지라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실 직접 와서 보면 이 시계탑이 전부라서 여기가 관광지..?라는 의문이 살짝 들기도 하지만 가장 유명한 조형물인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오히려 이 시계탑은 거쳐가는 것이고 이 뒤에 엄청나게 큰 재래시장이 있다.
시장 구경하기 전 잠깐 들른다고 생각하고 가면 좀 더 괜찮게(?) 보일 수도 있다. 케메랄트 시장은 이즈미르 최대 재래시장 같은 곳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고터 지하상가와 동대문 시장을 합쳐 놓은 느낌정도 될 것 같다. 튀르키예 대표 브랜드 스파 옷가게도 중간중간 보이고 다양한 먹거리, 관광 상품 등이 있는 곳이다.
특히 시장 안에 현지인들이 찾는 피데 맛집이 있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많아서 피데 먹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곳이다. 참고로 피데는 우리나라 미니 피자 같은 느낌인데 피자빵 한 3개 정도 되는 크기에 피자처럼 토핑이 올라간 거라 생각하면 된다. 피자와 차이점을 보자면 튀르키예는 야채를 한 접시 따로 주는데 그 야채를 위에 올려 같이 먹을 수 있다는 정도이다. 하지만 나는 야채가 너무 씁쓸해 그냥 피데만 열심히 먹었었다. 먹어 보고 취향 것 함께 먹으면 좋을 것 같다.
바다가 바로 앞에 있어 집에서 보는 풍경도 인상 깊었던 이즈미르였다. 해지는 노을을 보며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갔구나란 생각도 들고 내일이 기다려지는 그런 하루하루였다.
에페수소는 이즈미르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갈 수 있는 가장 유명한 관광지가 아닐까 싶다. 대중교통으로 1시간 좀 더 걸리는 곳인데 튀르키예 하면 가장 대표적인 관광지 중에 한 곳이기도 하다. 패키지로 가도 투어 상품에서 절대 안 빠지는 곳이기도 하다. 옛날 고대 그리스 문화 유적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곳인데 긴 세월이 지나도 이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역사의 신비이기도 한 것 같다.
지금은 일부를 보수공사해 추가 입장료를 내고 따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을 계속해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그중 한 곳이 미디어아트 전시관인데 미디어아트 전시관은 일반 입장료에 포함되어 있는 곳이고 박물관투어티켓으로 들어오면 표로 따로 구입해야 하는 곳이다. 일반 티켓으로 구매했을 경우 미디어아트는 꼭 한 번 시간 내 보고 오면 좋을 만큼 잘 만들어 놓은 곳이다. 에페수소가 어떤 신을 상징해 만들어진 곳인지 미디어아트로 구현해 설명을 만들어 놓은 거라 이해도 쉽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그 외에 다양한 유적 형태가 비교적 자세하게 남아 있어 역사적으로 한 번쯤은 와 볼만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나 말했듯이 튀르키예는 자국민과 관광객 입장료 차이가 많이나 자유여행으로 간다면 꽤 많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내가 갔을 때가 40유로로 4만 5천 원 정도 했던 거 같다. 입장료 낸 만큼 꼼꼼하게 둘러보고 나오면 좋을 것이다.
이즈미르는 관광도시보다는 미미의 도시라고 개인적으로 부르고 싶다. 아름다운 맛이 있는 도시랄까? 이스탄불이 관광객에 맞춰진 도시라면 이즈미르는 현지인들이 대부분이다 보니까 좀 더 현지 문화에 맞게 식문화가 형성되어 있기도 하고 가격도 좀 더 저렴한 편이다.
특히 디저트가 이스탄불처럼 관광에 취중 되어 대표적인 디저트들에 집중되어 있지 않고 현지인들에 맞게끔 다양한 디저트와 타국의 디저트 가게도 많이 있는 편이다. 그중에 한 곳이 바로 이곳인데 페스츄리 빵이 유명한 곳으로 튀르키예 특유의 디저트 단맛이 있긴 하지만 바클라바처럼 시럽에 절여진 그런 단맛이 아니라 훨씬 먹기 좋고 과하지 않은 종류도 많아 취향 것 골라 먹을 수 있다.
특히 이 가게가 있는 거리에 트램이 지나다녀 거리가 예쁘기도 하고 주변이 다 이런 유의 디저트&먹거리 가게라서 예쁜 카페 거리에 온 것 같은 느낌도 드는 곳이다.
이곳도 현지인 맛집으로 유명한 디저트 가게이다. 10가지 종류의 Bomb과 몇 가지의 도넛 종류만 판매하는 곳인데 이 10가지가 대표 메뉴이다. 10가지는 속에 들어가는 맛인데 초콜릿, 피스타치오, 코코넛 등이 있다. 그 시럽? 같은 것을 겉의 얇은 피가 감싸고 있고 이걸 반으로 가르면 폭탄 같이 흐른다고 해서 Bomb이라고 한다.
달긴 한데 안에 들어간 게 고급지고 각각의 맛이 달라 차이랑 같이 먹으면 궁합이 좋다. 특히 이런 유의 디저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가야 할 맛집 중에 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오직 이즈미르에서만 먹을 수 있는 디저트 종류다. 원래 이 디저트 자체가 이즈미르에서 아침에 간단하게 먹는 거라고 하는데 언제 가도 먹을 수는 있지만 확실히 아침에 갓 나왔을 때 먹으면 훨씬 맛있다고 한다. 맛은 다양한데 고기 들어간 건 우리나라 고로케와 비슷한데 겉이 바삭한 페스츄리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기본, 치즈 등 다양한 맛이 있기 때문에 취향에 맞게 골라 먹어보면 좋을 것 같다.
이즈미르에서 다양한 맛집에 갔었는데 가장 맛있었던 양꼬치집이다. 원래 양갈비, 양꼬치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합리적인 가격으로 양질의 꼬치를 먹을 수 있었던 곳이다. 특히 여기는 식당도 엄청 컸는데 튀르키예 여행 통틀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웨이팅이 있었던 곳이다. 웨이팅이 5~10분 이내로 짧기는 했지만 그래도 줄이 없어지지 않고 식사가 끝나고 나올 때까지 있었던 곳이다.
이 외에 주문하면 바로 면을 뽑아주는 파스타집도 있었고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수제버거&펍 가게도 있었는데 확실히 다른 곳에서 먹었던 것보다 이즈미르에서 먹었던 식당들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다.
또한 이즈미르에는 대형 쇼핑몰도 2개 있어 튀르키예의 다양한 브랜드들을 구경할 수 있다. 다양한 관광 여행을 하고 잠시 쉬어가는 여행으로 이즈미르를 선택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특히 쇼핑몰 안에 대형마트가 있어 쇼핑하기도 좋다. 물가도 미묘하게 이스탄불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좀 더 효율적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