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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n Feb 22. 2021

거제여행 #1

섬인 듯 섬 아닌 곳

지난 주말은 거의 초여름으로 가는 길목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따뜻한 날이었다. 벌써 계절이 모습을 바뀔 만큼 시간이 지났다는 게 새삼 신기하면서도 어딘가 싱숭생숭한 마음이다. 봄이 오는 계절은 항상 설레고 빨리 꽃이 폈음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올해는 어쩐지 시간이 더디게 흘러갔음 하는 바람도 있다. 


시간이 천천히 흘러갔음 하는 바람을 담아 우리나라의 끝 전남에 위치한 거제도에 대해서 소개해 보겠다. 시간의 흐름과 거제도가 무슨 상관이 있겠냐고 한다면 딱히 상관은 없다. 그냥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지 중에 한 곳이고 그곳에서의 추억이 오래오래 멈춰 있었음 하는 생각에 이야기해 보았다.


사실 거제는 통영과 바로 붙어 있어 나는 거제 여행을 할 때 항상 통영을 같이 가곤 했었다. 멀리서 가는 사람들은 거제와 함께 통영도 돌아볼 것을 추천한다. 누군가 나에게 국내 여행지 중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난 자신 있게 통영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럼 오늘은 통영 전 거제부터!





외도

사실 거제도 하면 가장 먼저 떠 올리는 여행지가 바로 외도일 것이다. 개인 소유의 섬으로 지금은 자녀 분들이 운영한다는 것 같다. 나는 외도를 중학교 수학여행 때 처음 갔었는데 그때는 사실 단체로 가기도 했지만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냥 잘 꾸며진 섬이었다는 것 정도. 


그러고 시간이 충분히 지나고 난 뒤 대학교 때 친구랑 다시 한번 외도를 찾았었다. 이때는 한참 뚜벅이로 다닐 때라 여행사를 통해서 갔었다. 대전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거기서 픽업 차량을 타고 외도에 갔었다. 외도로 들어가는 배는 엄청 많다. 열 군데가 넘는다고 하니. 하지만 지리적 선택을 잘하면 외도, 신선대, 바람의 언덕을 한큐에 끝낼 수 있다! 미리 잘 알아보고 예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외도의 섬 규모는 엄청 큰 편은 아니지만 남국의 섬을 재현한 것처럼 섬 곳곳이 정말 호화롭다. 이색적인 관광지 하면 항상 손꼽히는 곳이기도 한데 한 번쯤은 가볼만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장사도해상공원 까멜리아

통영과 거제는 정말 많은 섬들을 갈 수 있다. 나도 두 곳을 여행하면서 총 4군데에 섬을 다녀왔었는데 아직도 가고 싶은 섬이 남아 있어 언젠가 다시 방문할 예정이다! 그중 여기는 별에서 온 그대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사실 그 드라마를 안 봐서 딱히 그런 것에 대한 감흥은 없었지만 섬 자체로는 좋았다. 


난 이 섬이 좋았던 것은 너무 인위적이지 안아 좋았다. 적당히 섬 고유의 모습도 있고 적당히 꾸며진 모습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해 좋았던 것 같다. 봄에 갔기 때문에 동백꽃은 이미 다 지고 난 뒤였지만(동백꽃이 유명한 곳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웠던 곳이기 때문에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한다.








온 더 선셋

이 카페를 가려고 했던 건 바다 위에 떠 있는 그러한 모습을 보고 싶어 간 거였는데 밤에 도착해 그런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다만 밤에 가서 화려한 조명이 감싸는 야경을 볼 수 있었다. 낮에 모습도 충분히 볼 만한 것 같았지만 이렇게 밤에 모습도 나쁘지 않은 곳이었다. 






유채꽃밭

여긴 정말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장사도 갔다가 다음 일정을 소화하러 가기 위해 가고 있었는데 딱 발견하게 된 곳이다. 옆에서 자고 있던 일행을 깨워서 당장 일어나라고 여긴 보고 가야 한다고!! 를 외치며 차를 세워 보고 온 곳이다. 예상치 못했던 곳이라 더 기억에 남고 마치 내가 찾아낸 시크릿 장소라서 더 애착이 가는 곳이다.


집에 돌아와서 여기 주소를 찾아 헤매느라 꽤 애를 먹기도 했다. 유채꽃밭 뒤로 바다가 펼쳐진 풍경은 사진으로는 다 담아지지 않은 광활함과 자유로움이 있었다. 꽃밭은 주기적으로 미는지 겨울쯔음에 갔을 때는 꽃은 없었다. 이번 봄에도 이 유채꽃을 다시 볼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공곶이

공곶이는 수선화를 보러 가는 곳인데 수선화가 벚꽃보다 일찍 피다 보니 내가 갔을 때는 이미 거의 다 시들해져 있었다. 근데 여기 가는 길이 웬만한 등산 안 부럽게 걷고 올라가고 해야 한다. 그렇게 고생 고생해서 갔는데 꽃이 거의 없어 최악이었던 기억이 난다. 사진은 사진빨이다. 사진에 속지 말자. 꽃이 활짝 피어 있었어도 예뻤을지 의문이 드는 곳이다. 


다만 바다와 바로 맞닿아 있기 때문에 바닷가 산책을 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백사장이 아니라 돌이라서 구두나 불편한 신발을 신었으면 힘들 수 있다. 아니 그냥 여기 오는 게 힘들 수 있으니 신중하게 생각해 보자.








매미성

매미 성은 인공으로 쌓은 성이라고 한다. 규모가 대단히 큰 곳은 아니고 아기자기한 곳이다. 저 턱에 앉아 사진을 찍는 게 SNS에서 유명해져서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인 것 같은데 사실 내 감성은 아니었다. 예쁘긴 하지만 어멋! 이건 꼭 찍어야 돼! 이런 느낌은 아니었달까?? 오히려 성 위에서 바다 배경으로 찍는 게 훨씬 더 취향이었다. 마주 보는 섬들의 모습도 아름다웠고 해 질 녘 노을 풍경도 좋았던 곳이다. 


하지만 주변에 뭐가 없는 곳이기도 하다. 관광지이긴 하지만 아직 주변 개발이 되지 않은 곳이라 카페나, 음식점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곳이니 굶고 가지 말자.








바람의 언덕

외도에서 나오면 바로 걸어서 5분 거리에 바람의 언덕이 있다. 바람의 언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사람이 몹시도 많이 부는 곳이다. 짧은 치마나 긴 머리 풀어헤치고 가면 감당 안 될 수도 있는 곳이다. 하지만 그것만 빼면 다 좋은 곳이기도 하다. 자연의 바람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신선대

이날 외도에 바람의 언덕에 일정이 너무 빡세 사실 신선대는 갈까 말까 고민했었다. 지금까지 본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찰나의 고민을 했었다. 이날 넘어져서 무르팍에 피 철철 흘리면서 다닌 것도 한몫했다. 아 갑자기 또 생각난다. 정말 하나도 안 아프게 약간 주저 안듯이 넘어졌었다. 하나도 안 아프고 처음에는 피도 안나 그냥 툭툭 털고 일어 나서 그냥 다녔는데 웬걸 어느 순간 보니 피가 좀 과장해서 폭포수처럼 나고 있었다. 진짜 주룩주룩 흐르는데 이게 뭐지 싶었다. 급하게 있는 물티슈로 닦고 섬 밖으로 나가서 대일밴드를 사서 부치는데 대일밴드를 1시간에 한 번씩 갈아줘야 했다. 심지어 면적이 넓어 한 번에 4개씩 붙여 놔야 상처를 가릴 수 있었다. 이날 이후로 약 한 달 동안 무릎을 굽히지 못했다. 옷도 붙는 건 입을 수 없고 아주 총체적 난국이었다.


아무튼 그렇다 보니 신성대는 그냥 가지 말까 하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들었다. 근데 정말 가까이에 있어서, 걸어서 5분? 도 안 걸리는 거리에 있어 그냥 한 번 쓱 둘러보고 오자고 하면서 갔는데 갔던 곳 중에 가장 맘에 들었던 곳이다. 딱히 뭐가 막 화려하게 있었던 곳은 아니지만 그냥 이 바위 이름이 왜 신선대인지 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여기 앉아서 바다와 하늘을 보고 있으면 어떠한 근심 걱정 없이 그냥 그렇게 신선처럼 있는 기분이었다.


바위와 바다, 하늘이 전부지만 그걸로 충분했던 곳이었다.








구천댐

여기는 지금 위험하다고 유리 보호막이 세워졌다. 그래서 예전과 같은 사진은 찍을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풍경만 찍는 건 이렇게 가능하다) 여기가 SNS에서 유명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주소를 올렸지만 모든 주소가 다 조금씩 안 맞는다. 나도 그래서 여기 들어가는 입구를 찾기 위해 한 30분을 찾아 헤맸다. 지나쳐 가고, 또 지나쳐 가고. 주소를 찍었다고 방심하지 말고 블로그에서 올려놓은 표지판 등을 진짜 유심히 잘 확인해야 한다. 안 그럼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경남 거제시 동부면 구천리 산 1-2라고 주소를 치고 가도 못 찾을 가능성이 다분한 곳이다. 주차장 없다. 그냥 길가에 잠깐 세워 놓고 들어가야 한다. 산 길로 이어지는 길인데 전봇대와 무슨 표지판 하나가 있는 입구다. 입구가 입구 같아 보이지 않는다. 입구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길이라는 게 더 맞는 곳이다. 주말 좀 사람 많은 시간대에 가면 차들이 세워져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꼭두새벽에 가서 내가 첫 방문자와 같은 느낌이었다. 오히려 내가 뒤에 오는 포토그래퍼 아저씨를 안내해줬다. 입구에서 이 지점까지 걸어가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한 10분 정도면 도착한다. 


비록 유리벽에 막혀 있긴 하지만 이 곳의 아름다움은 그대로 볼 수 있다.








근포 땅굴마을

장사도 가는 선착장에서 한 10분 정도 걸어가면 있는 곳이다. 차를 중간까지 가져가서 공터에 놓을 수도 있긴 한데 가는 길이 외길이라서 마주 오는 차랑 만나면 좀 난감한 길이다. 운전에 자신 있다면 끌고 가도 괜찮다. 여기 땅굴은 총 3개가 있었다. 모양은 조금씩 다르고 동굴 안에서 어떤 각도로 찍는지에 따라 모양에 다르게 나오는 곳이다.


두 번째 땅굴이 SNS에서 많이 보는 곳인 것 같았다. 첫 번째는 각도를 잘 못 잡으면 좀 애매하게 나오는 곳이었다. 첫 번째 사진이 첫 번째 동굴 세 번째 사진이 두 번째 동굴 모양이다. 여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동굴이어서 그렇게 깊거나 하지 않다. 진짜 딱 이 사진 찍는 스팟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곳이다. 주변에도 아무것도 없다. 장사도 해상공원 선착장이 이 곳이라서 만약 섬을 갈 계획이 있다면 갔다가 들리면 더할 나위 없는 동선인 곳이다. 따로 시간 내서 간다고 했을 때는 글쎄.. 동굴은 예쁜 곳이 많으니깐. 








학동흑진주몽동해변

거제도도 섬에 가깝기 때문에 사실 어딜 가도 바닷가가 정말 많다. 유명한 해수욕장도 많고. 그중에 한 곳인 곳인데 사실 나는 바닷가는 다 똑같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왜 그 해수욕장이 유명한지도 모르겠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오히려 사람만 많고 바가지만 씌운다는 생각에. 여기는 그 중간이었던 것 같다. 말로 설명할 순 없지만 어딘가 좀 다른 기분이었고 또 비슷하기도 했던. 가는 길에 있으면 잠시 멈춰 여유를 가지고 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1. 장사도 해상공원 2. 근포 동굴 3. 해금강 4. 외도 5. 신성대 6. 바람의 언덕 7. 유채꽃밭 8. 학동 흑진주몽 동해변

9. 공곶이 10. 구천댐 11. 온 더 선셋 12. 거제 포엠 13. 매미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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