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는 시간
한동안 일상에 몰입하다가 글장(글 쓰는 공간, 노트/블로그/브런치 등)을 열면 텅 빈 공간을 마주한다. 그때는 텅장(텅 빈 통장)을 보는 만큼이나 깊은 공허감이 몰려온다. 외면이든 내면이든 정리되지 않은 모습은 삶이 "혼란스럽다"는 것이고, 혼란은 곧 내게 방향을 잃었음을 나타낸다. '글을 쓰지 않는 것"은 곧 내게 '방향감각 상실'을 의미한다.
20대 초반 시절, 하루에 한 개 글쓰기 연습을 했다. A5용지 크기의 노트 한 면을 다 채우는 것이 목표였다.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의식의 흐름대로 펜을 휘둘렀다. 글을 잘 쓰기 위함이 아니었다. 글쓰기에 대한 저항감을 없애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약 5년간 20권 이상의 노트가 쌓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지가 벌써 3년째다. 언젠가부터 바쁘다는 이유로 타협하기 시작했고, 노트에 적힌 글은 1주에 1번, 3주에 한 번... 그 간극이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최근에는 1달에 1번 꼴로 쓴 적도 있었다. 13년 전 다짐하며 지은 '글로 나아가는 이'라는 필명이 무색할 정도다.
스스로 진단하건대, 시대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지고 말았다. 수많은 영상 콘텐츠에 잠식되고, 무의미한 시간들을 보냈다. 요즘 드는 생각은 언제까지 이렇게 퇴보할 순 없다는 것이다. 30대 중반에 들어선 나는, 여전히 지혜롭고 총명한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끝없이 나를 발전시키고 싶다.
어쩌면, 너무 잦은 외부의 자극에 현혹돼 있었는 지도 모른다. 오감에 침묵을, 생각의 끈기를, 마음에 호흡을 더 불어넣는 인간으로 다시 나 자신을 가르쳐야겠다. 그것만이 다시 본질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일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