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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의 숲에 가보셨나요? 자유와 치유의 소설

오가와 이토의 깊은 치유의 문장들

by 글로 나아가는 이


여긴 누가 슬픈지 재 보는 곳이 아니야.

살다가 지친 사람들이 와서

치유하고 다시 태어나는 곳이라고.


...


졸업하기로 한 날, 숲의 문을 조용히 열었다.


여자들의 유방에서 나는 따스하고 온화한 냄새가 났다. 모서리 없이 모든 것을 감싸 안는 부드러운 냄새. 졸업이라는 것은 점장이 만든 의식이었다. 일을 마치는 사람은 여기서 자신이 원하는 가슴을 고를 수 있었다. 그것이 점장과 지금까지 함께 일한 사람들이 주는 '이별 선물'이라고 했다.


...



나는 그리아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눈을 감자 점점 몸이 움추러들며 작은 아기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그립고 따스한 것이 북받쳐 올랐다. 그리고 나는 뭔가 아주 중요한 것을 떠올렸다. 뭐였지? 그런 생각을 하며 그리아의 유두를 입에 넣은 순간, 비로소 깨달았다.


사람이란 모두 이렇게 괴로움을 맛보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나도, 고도, 그리아도, 모두 그렇다. 세상에 있는 온갖 멋진 에너지를 받아 해맑게 웃기 위해 사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 줄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리고 눈물과 함께 마음속에 응어리처럼 남아 있던 슬픔 덩어리가 밖으로 툭 튀어나왔다.


"이제 다시는 오지 마."


헤어질 때 점장이 한 말이었다.



"어서 와"


남편이 나를 맞아 주었다.


-오가와 이토 '모유의 숲' 中




처음에 책 목차에 적힌 '모유의 숲'이란 제목을 봤을 때, 신선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소설에 등장하는 '모유의 숲'이란 은밀한 공간은 현실엔 없을 법한 곳이지만, 실로는 있을 법도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언젠가부터 국내에서 유행했던 '키스방'과 같이 성적인 탐닉을 추구하는 공간과는 어감이 달랐다.


물론 국내에 이런 곳이 있다면 '변종 성매매'라는 키워드와 함께 언론의 입에 오르내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작가는 모든 인간에게 모유를 수유하는 공간을 등장시켜 따스함과 연민을 느끼게 하고 있다.


성적인 생각을 하면 여성의 유방은 탐닉의 대상이 되지만, 또 다르게 바라보면 편안함, 신성함이라는 단어와도 잘 어울린다. 많은 이들이 어릴 적 어머니의 유방에서 나오는 젖을 힘껏 먹으며 자랐고, 그 에너지는 현재 성인의 삶을 살아내는 근간이 됐다. '젖 먹던 힘까지'라는 말도 있듯, 생명의 근간인 유방은 언제나 아름다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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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땀과 고독을 발판으로, 어머니의 젖 와 눈물을 흡수하며 자라온 우리. 설사 상처가 있어 아니라고 생각할지라도. 당신은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는가. 당신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그걸 완전히 잊고 살고 있다면, 당신은 지금 젖을 먹지 않는 아이와 같은 것이다.


-글로 나아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다. 완전히 잊고 있었지만.

만약 눈앞에 어린 시절의 내가 있다면

나는 양팔로 꼭 끌어안아 주었을 것이다.



"그때 언니가 나한테 말했어. 다음 생에도 다시 가에데의 엄마로 태어나고 싶다고. 이 생에서 해 주지 못한 것이 너무 많아서 후회된다고. 그래서 다음 생에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고. 이 생에서 해 주지 못한 것이 너무 많아서 후회된다고, 그래서 다음 생에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고 했어.


...


하지만 그렇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내가 엄마가 된다는 것은 상상도 해 보지 않았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나는 이제껏 거부했던 엄마를 받아들였다. 인생은 어떤 작은 계기로 크게 변화해서 정반대의 방향으로 굴러가기도 한다.

-서클 오브 라이프 中, 오가와 이토




부모님을 미워한다는 건 생각보다 고통스러운 일이다. 나의 뿌리를 부정하고 원망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부정하고 학대하는 일이기도 하기에. 특히, 자아가 분리되지 않은 청소년기에는 더 그렇다. 하지만 더 큰 고통은 성인이 돼서도 부모님을 용서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다.


그분들의 삶을 한 발짝 떨어져 자식이 아닌 객체로서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는 부모님의 삶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부모님의 다채로운 모습을 떠올리면, "부모가 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때는 완벽했지만 한때는 비참했고, 또 한때는 초라했던 부모님의 뒷모습.


모든 시절이 고맙고 감사하게 느껴지는 지금이다.



진심으로 부모를 사랑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감사'라는 이름의 신을 만난다.


-글로 나아가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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