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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의 정석, 웅장함과 평안함 사이를 달리다

2025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후기

by 글로 나아가는 이

무더위를 머금은 봄날이 떠나가고 있다. 정처 없이 흐르는 계절을 잡아놓고 싶은 건 나만의 바람일까. 갑작스레 맞이한 쉼(休息)의 시간에 안도와 불안이 공존한다.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생각이 순간 머릿속을 휩쓸었다가도 쏟아지는 졸음에 다시 잠에 든다. 여러 감정이 몸에 적잖은 스트레스를 주고 있음을 느낀다.




나의 베스트 프렌드, 러닝


삶의 그 어떠한 순간에도 놓아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다. 집착에 가까울 만큼 집요히 붙잡는다. 그중 하나가 러닝이다.


세상에 내세울 만한 실력은 못되지만, 그래도 매 순간에 나를 붙잡아주는 녀석이다. 몸 상태가 좋을 때는 한없이 부족한 나를 기고만장하게 해 주고, 좋지 않을 때는 아주 겸손하게 만들어주는 거짓이 없는 친구다.


나의 경험상 이 녀석(러닝)과 진정한 친구가 되기 위해선 약 10년 정도를 함께해야 한다. 매 순간 녀석이 없으면 안 될 것만 같은 그런 느낌. 이런 게 바로 솔메이트가 아닐까 싶다.




준메이저, 2025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5월 17일, 서울 상암에 위치한 평화의 광장에서는 '2025 서울신문 하프마라톤'이 열렸다. 대회 현장에는 초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밤꽃향이 슬그머니 올라오고 있었다. 곳곳에 설치된 부스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치어리딩팀의 공연까지. 대회장은 어김없이 참가자들로 붐볐다.


근래에 본 마라톤 대회는 다양한 인플루언서들의 육체미와 스포츠 기업들의 러닝 용품을 선보이는 홍보의 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문화에 스며드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갈 때마다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월드컵경기장은 큰 녹지 공원이 조성돼 있어 마라톤 대회의 코스로는 안성맞춤이다. 물론 코스의 쾌적함은 대회 주최 측의 도로 통제 여부와 구성에 따라 달라지지만, 전반적으로 큰 숲과 나무, 흙냄새를 맡으며 뛸 수 있다.



2025 서울신문 마라톤이 열린 상암 평화의 광장


마라톤 코스의 정석


평화의 광장에서 출발해 8차선 도로를 따라 가양대교를 따라 이어지는 코스. 양 옆으로 펼쳐진 한강의 거대함에 매료됐다. 햇살을 가린 구름 덕분에 드넓게 펼쳐진 코스를 조망할 수 있었다. 2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벌써 다리를 돌아 질주하는 선두주자들이 보였다.



대교를 빙 돌아 지나 다시 도로가 이어졌다. 8차선 도로를 통제한 채 달리는 그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빌딩이 가득한 도시, 서울에서 규칙을 어긴 채 드넓은 도로를 맨몸으로 질주하는 것은 그 얼마나 황홀한가.


세상 저편의 대자연과 초원, 광야를 달리는 이들의 달리기 능력이 뛰어난 것은 자본의 섭리에러 벗어난 자연의 힘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뛰는 내내 이번 대회는 "코스를 참 잘 구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좌우로 한강이 펼쳐진 웅장한 코스와 상대적으로 좁지만 녹지가 있어 편안한 공원 코스, 그리고 자유를 느낄 수 있는 8차선 도로까지 조화를 잘 이뤘다. 나는 뛰는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코스가 주는 에너지를 새삼 느낀 레이스였다.




봄날의 날씨와 코스가 주는 설렘과 안정감 덕분이었을까. 15km 지점까지도 큰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마지막 3km 지점부터 햄스트링과 둔근에 과부하가 오긴 했지만 기분 좋은 자극이었다. 물론, 코스가 좁아지기 시작한 공원 부근에서 답답함이 느껴졌지만 햇살이 조금씩 들기 시작하면서 듣던 음악을 조금 더 청량한 장르로 바꿨고,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레이스를 마치고 '한계'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지난 3.1절 마라톤과 비교했을 때 고통의 크기가 달랐던 이유는 뭐였을까? 더 성장해서, 다른 외적 요인 때문에? 글을 쓸 때도 시간이 흐를수록 "얼마나 더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만, 매번 한계는 조금씩 달라진다.


어떤 목적과 목표를 설정했는지에 따라 한계가 달라진다면, 이제는 나의 한계를 넘어설 때가 왔다는 것이다.




[동기부여] 삶이 밑바닥에 있다면, 달려라. #명언 #멋진글귀 #좋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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