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5일, 레드불 마라톤 '월드런 2025' 참가 후기
"달릴 수 없는 이들을 위해"
-레드불, 월드런 2025
쳇바퀴 돌듯 연세대학교 운동장 트랙을 달리는 데 펜스에 걸린 문구가 보였다. 그 짧은 순간에도 내가 가진 것들을 생각했다.
완전히 건강한 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달릴 수 있는 두 다리와 앞을 바라볼 수 있는 눈, 그리고 스스로 삶을 책임지겠다고 다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졌음에 만족했다.
좋은 날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좋은 에너지로 함께 달릴 수 있음에 감사했다.
레드불이 주최하는 월드런은 모바일 앱에서 따라오는 가상의 자동차에게 따라잡힐 때까지 달리는, 거리 제한이 없는 이색 마라톤이다.
1년에 한 번씩 열리며 장소를 불문하고 어디서든 참여가 가능하다.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하고 싶다면 같은 시간 각 나라에서 레드불에서 지정한 장소에 와서 사람들과 함께 참여할 수도 있다.
*2024년 레드불 월드런 후기 관련 글
https://brunch.co.kr/@rhkrwndgml/978
때론 러닝을 하면서도 누군가와 비교를 하게 된다. 나보다 더 빨리 잘 뛰는 사람, 더 멋진 몸과 좋은 체력을 가진 사람, 우월해 보이는 누군가를 부러워한다. 심장 박동, 발걸음, 달려갈 코스에 집중하기도 바쁜데도 타인을 의식하고 부러워한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뛸 수 없는 누군가를 위해 뛴다'는 레드불의 메시지가 새롭게 느껴진다. 뭇 기업의 흔한 광고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기업의 생리 안에서라도 스포츠와 도전의 가치를 찾으려 노력한 흔적이 느껴졌다.
스포츠는 인간의 몸으로 할 수 있는 도전의 가치를 극대화시킨다. 전국에 러닝붐이 일고 있는 요즘, 이익과는 꽤나 떨어져 보이는 이 무모한 도전, 마라톤이 왜 인기가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혼란한 세상을 뒤로하고 오직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 몰입하고 싶은 사람들. 서로를 격려하며 함께 각자의 레이스를 펼치고 싶은 열망.
도전만으로 심장을 뛰게 하는 일을 찾기 어려운 이 시대에, 그럼에도 우리는 왜 계속 달리는 걸까.
결국, 인생이라는 레이스에 함께 한 이들의 얼굴을 보고 싶어서일까. 일그러졌거나 웃고 있거나, 정말 다양한 삶이 베어 있을테니
당신도 바쁜 삶중에 러닝을 시작하게 된 어떤 계기가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