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나아가는 이
공허해지는 대화를 엿듣는다. 누군가의 대화를 훔치는 일이 이리도 침울한 것이었던가. 두 젊은 여인의 말이 쓸데없다가도, 행복한 시간이겠거니 나 홀로 배려했다. 섣부른 판단은 언젠가 내게도 돌아올 테니. 일본 여행과 러닝이라는 취미. 뭘 사야 할지 고민하고 뭘 샀는지 꺼내놓는다. 수많은 소비들은 어디로 날아가버렸는가. 나는 시를 뱉기 위해 관음의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잡아가지 않았다.
가을이 금세 찾아왔다. 훌쩍이는 콧물. 변함없는 일상. 불어오는 바람과 습관. 어디서부터 노력해야 하는지 내게 묻고 싶다. 그저 살아낸 인생의 선배들이 썩 부럽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삶을 견뎌왔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인다. 늘 오는 계절의 흔들림. 가을을 탄다는 사람들의 속삭임. 이제 겨울이 오면 나는 어디론가 구속되겠지만. 어쩌나. 그조차 행복이라고 믿고 살아갈 것을.
-글로 나아가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