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인천 국제 하프 마라톤'에 다녀와서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요즘 더 뼈저리게 느낀다. 먹는 족족 살이 찌고 야식은 수면에 방해가 된다. 그걸 알면서도, 우리는 늘 식욕에 지고 만다. 최근 뱃살이 많이 나왔다. 나이가 들어서, 결혼을 해서, 아내와 같이 뭘 먹는 시간이 늘어서... 댈 수 있는 핑계는 끝이 없다. 욕구를 돌아보고 의식적으로 절제하지 않으면 계속 무언가를 찾는다. 여기저기서 받은 스트레스가 식욕을 자극한다.
한동안 러닝을 못 하다가 나가니,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근육량이 늘어 무거워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근육량의 차이는 미세했고, 복부 지방이 늘었다. 30대 중반을 넘어서니, 운동량을 늘리는 것보다 식욕을 잘 절제하는 게 훨씬 지혜로운 선택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좋지 않은 걸 과하게 집어넣지 않는 한 탈이 날 이유가 없다.
전반적으로 늘어 난 근육들이 달릴 때의 관절을 잘 잡아준다. 하지만 속도를 내기에 근육의 무게는 굉장히 큰 부담이다. 마라톤 선수들은 하나같이 마른 근육질이다. 다 이유가 있다. 무거우면 빠르게 멀리 나아갈 수 없다. 욕구를 비우는 연습을 해야 한다. 식욕, 성욕, 그리고 배설욕, 끝내는 수면욕까지. 식욕을 조절해 몸이 가벼워지면, 먹는 양이 줄어 배설욕도 줄어든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성욕도 더 절제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생체 리듬이 전반적으로 가벼워지면 피로도가 줄어 수면욕도 적당히 제어할 수 있다.
마라톤을 하다 보면, 이런 것들을 느끼게 된다. "도대체 언제 끝날까", "몇 km가 남았을까"를 생각하다가, 옆을 지나는 프로 선수의 몸을 보며 "와, 잘 뛸 수 있게 훈련된 몸이다"라고 감탄한다. 그러다 헐떡이는 나의 숨과 무겁게 느껴지는 두 다리를 생각한다. "살을 빼야지, 요즘 너무 화장실에 자주 간단 말이야"까지 이어진다.
"마라톤이 인생을 닮았다"라고 하는 이유가 이런 데에도 있지 않을까. 끝까지 완주해야 의미가 있다는 것에도 있겠지만, 달리며 수많은 욕구와 감정이 들고, 그들을 견디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레이스 이전에 우리가 했던 모든 것들은 몸에 남아 어떻게든 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리고 우린 그조차 견디고 나아가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