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자아 탐닉
나는 누구인가?. 나를 소개할 때 무엇을 가장 먼저 꺼내는 가. 바로 이름이다. 이름이 나인가? 아니다. 그럼 나는 누구인가? 나는 키 181cm에 마른 몸을 가지고 있다. 그럼 그게 나인가? 아니다. 나의 몸은 계속 변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시' 쓰는 걸 좋아한다. 나는 '시'인가? 아니다. 내가 누구다, 라고 정의할 수 있는 단어는 없을지도 모른다. 집에서 나는 큰아들이자 형이다. 직장에선 직원이다. 여자친구에겐 남자친구다. 나를 둘러싼 수많은 호칭들, 명찰을 뗴어버리고 싶다. 호칭이 나 자신이 되는 세계에 소나기가 내렸으면 좋겠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젖은 박스 종이다. 빗물이 나의 몸 속을 매운다. 나는 점차 무거워진다. 나는 가볍고 싶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안개다. 박스를 수직으로 내려다보며 비웃는다. 나는 태생부터 낮았던 적이 없다. 나는 겸손해지고 싶다. 나는 사랑을 연구하며 시를 쓴다. 나는 표현하는 것이 좋다. 비가 좋다. 적셔주는 그 포근함이. 나는 사랑받고 싶은 어린아이다. 나는 냄새 맞는 것을 좋아한다. 코 후비기, 귀후비기, 숨어있는 것들을 찾아나선다. 은밀 속에 묻힌 인간의 본성을.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내가 존재한다는 걸 어떻게 확신하는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는 말에 동의 하는가.
나는 가슴에 담긴 물이 말들에 의해서 철렁이는 걸 느꼈다.
나는 나라는 물 속에 잠긴 사람이다. 그래 나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