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중요한 게 왜 필요한가. 더 이상 파고든다면 나 자신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 그냥 성실히 답해보자. 나는 여인을 좋아한다. 지금은 얼굴이 하얗고 동그란 듯 날카로운 여인을. 나는 표현을 좋아한다. 숨겨짐보다는 드러남을 선호한다. 마음이 들통나는 순간을 즐긴다. 묘하게 당신과 내가 연결되는 느낌이 좋다. 나는 모나미 볼펜(흰색 몸통에 검은 앞머리)를 좋아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번지지 않고 자연스럽다. 잉크가 똥처럼 새어 나오는 것도, 오래된 디자인이지만 정감이 간다. 나는 비오는 날을 좋아한다. 생각에 잠길 수 있기 때문이다. 빗소리는 무료한 나의 마음에 신선한 자극을 준다. 비가 오면 보고 싶은 사람이 생각난다. 나는 찌개를 좋아한다. 자글자글한 그 자태가 좋다. 양이 많다. 밥과 가장 잘 어울린다. 그 중에서도 순두부찌개가 제일 좋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달콤하면서 매콤한 맛이 식욕을 자극한다. 나는 슬픔을 좋아한다. 나를 들여다보고 당신을 생각할 수 있어서. 슬픔을 몰랐더라면, 사랑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적고보니 알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을, 이제 오랜만에 당신을 만나도 할 얘기가 많아 걱정이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