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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Mar 26. 2023

슬기로운 퇴사생활

좋은 이별 그리고 나를 위한 피드백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인사말을 적은 쪽지를 하나씩 건넸다. 1년 만에 퇴사. 내 나이 서른셋. 생애 가장 긴 직장 생활이었다. 1년은 짧다. 하지만 길다. 365일 하루 8시간 그 속에서 느낀 감정들은 길고 짙었다. 어른들이 말하는 그 시절의 1년과 지금의 1년은 많이 달라졌다.


직장만큼 개인의 생활이 중요하다. 그리고 회사가 원하는 모습과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은 언제나 차이가 있다. 회사의 존재 목적과 한 사람의 삶의 목적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그 둘 사이의 균형을 조절하는 건 오로지 자신의 몫이다. 둘을 같은 온도로 맞출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건 쉽지 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린 직장에 다닌다. 소득을 얻어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고, 관계를 맺으며, 경력을 쌓고 뭔가를 배우기 위해서다. 난 이번 회사에서 글쓰기와 관련해 소정의 목적을 달성했다. 새로운 분야와 방법의 글쓰기를 터득했다. 한편으론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건 나의 다음 미션으로 남겨두려 한다.  





나를 위한 피드백


이 시점에서 나에 대한 피드백을 해본다. 회사가 준 피드백과 자가 피드백을 바탕으로 나는 점차 성장해  것이다.  


1. 적응하되, 맞춰주지만 말고 목소리를 내라.
2. 모든 걸 열어라. 열린 환경-마음과 함께할 때 능률이 오른다.

3. 직무만큼 분야를 고민하라.

4. 내가 쓰고 싶은 .





1. 적응하되, 맞춰주지만 말고 목소리를 내라


(1) 장점

나는 적응력이 좋다. 사람들과 잘 지내려고 노력하며 그 과정을 즐긴다.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어디에든 잘 스며드는 편이다. 회사의 경영진은 친화력이 나의 가장 큰 무기라고 평가했다. 준수한 외모와 편안한 말투, 수용하는 자세가 남녀노소 누구든 편하게 해 준다고 칭찬했다.


(2) 개선할 점

반면, 좋은 점에서 비롯된 개선할 점도 있다.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맞춰주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자신의 의견을 잘 피력하기 않는 점. 회사는 어떤 의견이든 아무리 사소한 의견도 다 이유가 있기에 목소리를 내는 게 개인과 팀, 회사의 성장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어딜 가서 무스 일을 하든 좀 더 목소리를 내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피력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입을 꾹 닫으면 아무런 발전도 없다는 것이다.




2. 모든 걸 열어라. 열린 환경-열린 사람과 함께 하라


(1) 어떤 환경

이 점은 회사를 다니면서 나에 대해 한 번 더 확인하게 된 부분이다.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사람과 일할 때 능률이 오르는가? 이젠 명확해졌다.


몸과 마음 모두 탁 트인 환경에 있을 때다. 생각하고 글을 쓰는 일을 하는 내게 사방이 막힌 사무실은 사고의 틀을 막는 장애물이 될 때가 많다. 그리고 마음이 위축되고 긴장된 상황도 마찬가지.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따라서 부정적이고 판단을 많이 하는 사람과 일하면 나의 능률도 어느 정도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고로 나는 '하이브리드 근무(사무실 근무와 원격 근무를 혼합한 근무 방식)'가 내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글의 소재나 이야기를 찾을 때는 밖을 돌아다니며 사람과 장소, 자연 등 대상을 만난다. 그리고 글을 쓸 때는 카페든 어디든 앉을 수 있는 공간에서 작업을 한다. 작업을 하는 공간도 회색의 벽이나 칸막이로 도배된 닫힌 곳보다는 큰 창이 있어 트인 공간이 좋다.


(2) 어떤 동료

같이 일할 동료가 있다면 긍정적인 사고와 표현을 많이 하고, 어떤 틀에 나를 가두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면 좋겠다. 그리고 나의 자유 분방한 사고와 아이디어를 잡아 정리해 줄 수 있는 사람이면 더 좋겠다.


그리고 회사 운영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업무에 있어서는 자율성을 주고 스스로 실수를 통해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진심 어린 조언과 격려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면 더 좋겠다.  





3. 기자는 내게 맞는 직업인가?


나는 1년간 기자로 일했다. 물론 짧은 경력이라 이 직업이 내게 맞는지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그래도 스스로를 진단해 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자는 내게 적합한 직업이다. 한 분야를 맡아 소재를 발굴하고 취재하고 글을 쓰는 업무를 한다. 새로운 것에 흥미를 가지고 관심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맞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측면에서도 분명 매력이 있는 직업이다.


하지만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직업인 만큼, 맡은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으면 그만큼 고달프다. 일례로 나는 IT-보안 분야를 맡았는데 평소에 정말 관심이 없던 분야여서 매번 새로운 소재를 찾는 데 꽤 많이 골머리를 썩였다. 게다가 배경 지식도 없어서 힘들었다.


이처럼 맡을 분야에 있어서는 신중한 고민이 필요할 듯하다. 전문 기자가 되려면 한 분야에 대해 깊게 파고들 수 있는 근성이 필요하다.




4.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궁극적으로 나는 각박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일상에서 인문학적인 시각을 통해 인생의 깨달음을 얻고 사랑을 발견하는 이야기다. 인간의 가치는 자신을 포함한 인간을 이해하고 관계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는 데 있다고 믿는다.




회사를 나오며 작은 선물 몇 개를 전했다. 부질없는 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관계든 만남보다 끝이 중요하다.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 그런 것만은 아니다. 다만 내가 그렇게 한 이유는 회사도 사람이 사는 곳이기에, 이해득실을 떠나 일종의 따뜻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다.


1년간 나를 소용해주고 많은 걸 가르쳐 회사에 다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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