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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Nov 23. 2018

이기주, '말의 품격'을 읽고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 

나는 인간의 말이 나름의 귀소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언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가려는 무의식적인 본능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입에서 태어난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냥 흩어지지 않는다. 말을 내뱉은 사람의 귀와 몸으로 다시 스며든다.

<이기주, '말의 품격' 中에서>


말의 품격, 이기주 

우리 언어에는 말과 관련된 많은 속담이 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말이 씨가 된다' 
'침묵이 금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말이 단순히 '말'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 말 한마디로 인해 힘든 일들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오늘은 그런 '말'에 대해 몇 글자 적어보고자 한다. 

1년 전, 우연히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렀다. 베스트셀러 코너를 지나다 보라색 표지의 책들을 목격했다. 언어의 온도였다. 왠지 모르게 손이 갔다. 잠시 앉아 문장들을 읽어 내려갔다.  

간결한 문체, 관찰을 통해 언어의 의미들을 포착해내는 작가의 통찰력 덕분에 책 속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책에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 대한 고뇌가 담겨 있었다. 

얼마 후, 작가의 신간 도서가 나왔단 소식을 들었다. 운이 좋게도 일하던 스터디 카페에서 그 책을 발견했다. 


언어의 온도, 이기주 


말의 품격, 언어의 온도에서 한 발짝 나아간 느낌이었다. 말의 온도를 통해 사람을 느끼고 그 온도가 쌓여 그 사람의 품격이 된다는 사실, 이기주 작가는 뛰어난 이야기꾼이었다.


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품격이 드러난다. 나만의 체취, 내가 지닌 고유한  인향은 내가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이기주, '말의 품격' 中에서>


이기주 작가


말은 인류의 오랜 역사이다. 인간이 말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라 생각한다. 성경에는 신이 말씀으로 만물을 창조했다는 구절이 있다. 말은 신이 인간에게 선사한 최고의 능력이라고도 하듯, 말은 우리의 삶을 웃고 울게 하며 우리의 영혼에 생명과 사망을 선사한다.

'말이 나를 규정한다'고 할 만큼, 언어학자들은 오랜 시간 '말의 중요성 '을 언급해왔다. 어떤 말을 사용하고, 어떤 말은 조심해야 하는지, 입의 열매로 복록을 누린다면 내 말이 누군갈 죽이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볼 일이다.


출처 : 고도원의 아침편지
사물은 형체가 굽으면 그림자가 굽고 형체가 곧으면 그림자도 바르다. 말도 매한가지다. 말은 마음을 담아낸다. 말은 마음의 소리다. 수준이나 등급을 의미하는 한자 품(品)의 구조가 흥미롭다. 입 구(口)가 세 개 모여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

<이기주, 말의 품격 中에서>



말의 품격은 사자성어, 속담, 어원을 통해 말에 대한 작고 큰 깨달음을 준 책이었다. 지식뿐 아니라 지식 속에 담겨있는 지혜까지 경험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 책을 통해 나의 언어습관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평소에 내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 그리고 나의 말에는 어떤 마음이 담겨있는지를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이쯤에서 우리는,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작가의 생각과 마음을 읽는 행위일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나'를 읽는 것이다. '말의 품격'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스스로 자신의 말과 세계관에 대해 끝없이 질문을 떠올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기주, '말의 품격'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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