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
아주 늙은 앵무새 한 마리가 그에게 해바라기 씨앗을 갖다 주자 해는 그의 어린 시절 감옥으로 들어가 버렸네.
<자끄 프레베그의 시, '새의 선물' 전문>
내가 왜 일찍부터 삶의 이면을 보기 시작했는가. 그것은 내 삶이 시작부터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삶이란 것을 의식할 만큼 성장하자 나는 당황했다. (...중략...) 나는 어차피 호의적이지 않는 내 삶에 집착하면 할수록 상처의 내압을 견디지 못하리란 것을 알았다. 아마 그때부터 내 삶을 거리밖에 두고 미심쩍은 눈으로 그 이면을 엿보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나는 삶의 비밀에 빨리 다가가게 되었다.
<p14>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에는 이쁘고 좋기만 한 고운 정과 귀찮지만 허물없는 미운 정이 있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언제나 고운 정으로 출발하지만 미운 정까지 들지 않으면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고운 정보다는 미운 정이 훨씬 너그러운 감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확실한 사랑의 이유가 있는 고운 정은 그 이유가 사라질 때 함께 사라지지만 서로 부대끼는 사이에 조건 없이 생기는 미운 정은 그보다는 훨씬 질긴 감정이다.
<p123>
그녀가 말한 '새의 선물'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