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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Oct 30. 2016

불편

글로 나아가는 이 

치과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시계는 오후 6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최근 시간대네... 휴... 많이 붐비겠다.'


여느 때와 같이 출입문 앞에 가까스로 선 나는 
열차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옆엔 립스틱을 짙게 바른 여자가 서 있었고, 
내 뒤엔 손에 검은 비닐을 든 아주머니가 서 계셨다. 

세 정거장쯤 지났을 까. 

갑자기 

출처: http://www.pictaram.com/tag/%EC%A7%80%EC%98%A5%EC%B2%A0

'덜컹!!!'

하고 급출발을 한 열차 때문에 
내 뒤에 서 있으시던 아주머니의 손에 있던 비닐봉지가
옆에 선 젊은 여자의 발등 위에 떨어졌다. 

순간, 여자의 표정은 굳었다. 
미안한 마음에 아주머니는 사과를 했고
미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였다. 

출처 : Michael Wolf가 연재하고 있는 'Tokyo Compression(도쿄 압박)' / http://bigcan.egloos.com/v/4907881

하지만 여자는 아주머니를 외면한 채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연이어 사과의 말과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아주머니의 손은 불편해 보였고, 
그 광경을 목격하고 있는 나 또한 불편했다.
그리고 그 여자 또한 불편했을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주고 싶어 건넨 무안함은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한 웃음, 넘길 순 없었을까.
그녀도 어떤 힘든 일을 앓고 온 것이었을까.

한 나절 목격한 장면이
하루의 승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왜 우리는 서로 불편해야만 하는 걸까.

그 불편 또한,
우리가 선택한 삶의 방식은 아닌 걸까.



(불편, 글로 나아가는 이) 

언젠가부터 
지옥이라 이름 붙여진 
생의 감옥이라 불렀다. 

무관심이 미덕이 되는 곳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소쿠리를 들고 
선로를 나서는 맹인의 발걸음이 
불편했다. 

플라스틱 박스를 밀며
플라스틱 선풍기를 파는 
한 잡상인의 손놀림이 
불편했다. 

선로와 선로 사이, 
숨죽인 나물들 사이로 
떠오른 노인의 시선이 
불편했다. 

같은 날 저녁, 
탁상위에 놓인 
명품빽들의 자태가 불편했다. 

그래, 우리에게 
세상에서 가장 불편한 것은 
타인의 몸부림이었다. 
생을 위한 몸짓이었다. 

지금 불편을 느끼는 
이 순간에도 
우리는 불편하고 

우리는 여전히 죽어 있기에 
생의 몸부림을 목격하는 것이 
그토록 고통스러웠다. 

-2016.10.30. 글로 나아가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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