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나아가는 이
날씨가 제법 추워진 날이었다.
학교에 가는 길,
여전히 나는, 선로를 지나는 사람들의 얼굴을
살피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눈 앞에는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두 갈래길에서 사람들의 선택의 기준은 무엇일까.'
바쁜 이들은 계단으로,
그렇지 않은 이들은 에스컬레이터로,
기준은 많을 것이다.
늙은 이는 에스컬레이터로,
젊은 이도 에스컬레이터로,
무너진 기준도 있을 것이다.
계단으로 내려온 나는
열차를 기다리기 위해,
스크린 도어에 새겨진 '시'들을 읽으며
선로의 끝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우두커니
홀로 서 있는 매점이 보였다.
그 앞엔,
매점 아주머니가 멍하니 앉아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의 질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나는 그 아주머니의 모습을,
마치 동상을 보듯 바라보며 지나쳤다.
'장사는 되는 걸까...'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시선 속에서
우리는 지워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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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보지 않는
지하의 거리에는
숭고한 제사가 치러진다.
하나 두울 스치는
시선으로
서서히 절단되는
여인의 동공,
시린 발끝이
늙은 여상의 눈매에
고스란히 걸리어 있다.
-2016.11.05 / 제사, 글로 나아가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