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나아가는 이
서울의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면,
사람들의 다양한 행동에 대한 호기심이 생성될 때가 있다.
이번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어떤 호기심과 어떤 불편한 감정 하나의 결합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의문은 수많은 궁금증 가운데서
단 하나를 발제한 것에 불과하다.
출, 퇴근 시간 열차를 이용하다보면
열차가 가득 차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끼리 서로 몸을 부딪히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역에서 역으로 도착했을 때
하차하기 위해 출입문이 열리는 그 순간이다.
출입문 앞까지 열차는 사람들로 꽉 매워져 있고,
그 중 누군가는 열차밖으로 나가야 하고,
또 누군가는 열차안에 남아 있어야 한다.
서로 뒤섞여 혼란은 예상되고,
어김없이 '치익'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사람들은 서로 부딪히며, 고함을 지른다.
결코 내리지 않으리라, 이를 꽉 물고, 절대 어깨를 돌리지 않는 아주머니부터
손잡이를 잡고 내 이 팔이 끊어지더라도 비껴서지 않으리 각오를 씹는 아저씨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과학적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이상한 상황을 지켜보며
나는 내 나름대로의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내렸다가 타면 되는데..."
쉽다.
머릿속으로는,
하지만 결국 나 또한 비켜서지 않은 것이다.
"결국 문제해결의 시작은 생각이 아니라, 행동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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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석의 지하철에는
만삭의 아내가 타고 있다.
좀 내릴게요.
비켜주세요.
제발......
당신들은 내렸다 다시 탈 수 있지만
이 아이는 한번 내리면 다시 탈 수 없어요.
그러니까 제발...
남편은 어디 있어요?
아이고, 젊은 아가씨가 어떡해?
애가 나올려고 하는거여?
엄마, 저 아줌마 임신했나봐.
등록된 병원이 어디에요?
......
절체절명의 시간에
나는 그날
불을 질렀다.
내가 불을 지른 열차에서
당신은 과감히 내리기를 바란다.
-훼방, 글로 나아가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