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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Sep 08. 2020

죽어야 하는 것

글로 나아가는 이


죽어야 하는 것, 죽음으로도 갚을 수 없는 것. 사랑하는 일과는 조금 다른 우리의 과업들. 과정을 결과에 끼워 맞춘 어설픈 프리젠테이션. 다시금 잘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당신을 거두어 들인다. 나도 모르게 서서히, 그리고 천천히, 죽음 앞에서 두려울 게 없는데, 죽음 앞으로. 서서히 나아간다. 나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 없이. 다시 일어서 먼 바다를 굽어본다. 흐린 수평선이 나를 위로한다. 마우말 없이 그저 가만히 내 옆을 기키고 있다. 써야한다는 강박과, 모든 생각의 결계가 풀리는 날, 우리는 점차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굼벵이가 기어가는 것처럼. 나는 한발짝씩만 나아간다. 너무 빨리 뛰지도, 느리게 걷지도 않는다. 그저 꾸준히 걸을 뿐이다.


길을 걷다가 문득 생각한다. 이 길의 끝에는 뭐가 있을까. 주변을 돌아본다. 모두가 자신의 핸드폰을 들여다 보고 있다. 깜빡이는 눈동자들 속에는 작은 한기가 서려 있다.


모든 사랑이 내 것일 필요는 없다네. 나에겐 나의 진정한 사랑, 그것만 있으면 된다네. 내가 당신의 사랑을 뺏어간다면 당신은 얼마나 슬프겠는가.


-글로 나아가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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