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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Sep 16. 2020

어제의 기도

글로 나아가는 이


어제 기도를 하고 잤던가? 아니. 하지 않았다. 삶이 삶처럼 굴러간다. '사랑'도 그렇고. 남은 건 많이 없지만 그래도 잘 살고 있는 거라 믿는다. 좀 더 용기를 가질 필요가 있을까? 흔들리지 않는 기차처럼 단단한 선로를 잘 따라가고 있는걸까. 두렵고 무섭기도 하다. '나'를 잃어버릴 것만 같아서 하지만 말야. 한번쯤 '나'를 잃어버리고 완전한 진실에 푹 젖어버리는 것도 좋다. 나는 뭐가 그렇게 감사했을까. 사실, 감사는 쉽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 가슴이 물처럼 녹아내려야, 그리고 구슬처럼 꿰어진 삶의 모습들이 혈액 속에 스며들어야 느낄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먼 길,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 아픈데 아프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머리와 가슴의 괴리를 만들고, 우리는 점점 나 자신과 멀어지게 된다. 감사하기 위해서는 삶을 조명하고 느끼고 억압괸 감정들을 풀어줘야 한다. 그냥 한다고. 그래, 정말 바쁘다면 그냥 하자. 하지만 그냥, 그냥, 그냥만 하다보면 '나'와의 대화시간을 점차 잃게 된다.


인간의 첫번째 지옥은 소통이 되지 않는 관계다. 나는 이를 불통 지옥이라 부른다. 변하지 않는 마음이 정말 감사한가. 그렇담 거기서 무엇을 느꼈는가. 생각이 아니라, 감정을 말하라. '느낌'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피곤하다. 외롭다. 걱정스럽다. 실망스럽다. 슬프다. 지쳤다. 지루하다. 마음이 아프고 우울하고 귀찮다.


이 모든 감정을 어떻게 한 맘 속에 담아놓을 수 있단 말인가. 이 많은 마음들을. 


-글로 나아가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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