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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Oct 11. 2020

오랜만에 부는 바람

글로 나아가는 이


초라하기 짝이 없었던 나의 시간들이 겨울 바람에 스쳐 지난다. 오래 홀로였고. 스스로 살아가야만 했던 나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뭘까. 나를 옥죄는,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자리잡은 꽃들이 있다. 그 꽃들의 이름은 상처입은 봉오리. 하얀 잎의 눈물이다. 나는, 나는 당신의 마음을 굽어보고 싶었다.



늦은 밤 구석구석 골목을 서성이는 고양이처럼, 당신의 일대에 들락거리고 싶었다. 이제 당신의 얼굴이 그 미소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화끈거리는 가슴이 다시 정상을 찾듯 말이다. 보고 싶은 건 잔잔한 파도의 음성이다. 그 어두운 수평선을 바라보며 한 없이 서 있어야만 하는 것. 변하지 않아도 변한 것처럼 살아가야만 하는 세상에서, 너는 어디에 서 있는가.



낯설지 않은 겨울이라 더 시리다. 뼈를 꺾어 문대듯 글을 쓴다. 간만에 써서 그런지 잘 써지지 않는다. 내일은 글을 조금 끄적이다가 공책을 덮고 다시 공책을 펴고 지금 잊고 싶은 일들을 적어야지. 지옥의 12월이 될 거라고. 우선은 말이다.



타는 가슴으로 외치는 음성에 다 응답할 수 없어 가슴이 답답하다. 어떡해야 하는가. 내가 다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이 순간 할 수 있는 건 희망과 기도뿐. 가는 시간이 점점 멀리 떠나간다.



나를 내버려두고, 보고 싶은 자리에서 너를 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라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따뜻했전 그 시절을, 이제는 잊혀져간 그 시절을. 너와 나의 시간을 잊고 싶지 않아, 이제는 더 솔직해진다. 바보같이 겹겹이 쌓지 않고 하나씩 꺼내본다.



조금 가볍게. 가볍게 말이다.  


-글로 나아가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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