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아낸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살아낸 지. 어쩌면 진짜 삶이란, 채우는 게 아니라 자꾸 버려가는 걸지도 모른다. 비워야 채울 수 있는 그릇처럼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걸 가지고 있을 수는 없다. 마음이 가벼워지는 건 너무 짙은 온도를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겨울이라고 뜨거운 방 안에만 있으면 정신이 흐릿해진다. 냉정과 열정을 적절히 품고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실루엣을 조금은 잊고서.
조금은... 조금은... 잊고서 언젠가 허락될 지도 모르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상쾌한 겨울바람이 콧속으로 휙 들어가 온몸을 돌고 다시 돌아나온다. 바람처럼 훨훨 날아가고 싶다. 모든 걸 내려놓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