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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Dec 11. 2016

연민

글로 나아가는 이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역사안이었다. 


겨울 바람에 

부르튼 손가락들 때문에 
마음에 짜증이 가득했다. 

늘 이맘때쯤이면, 거센 찬바람에 

살이 갈라지는 일이 있다.

무딘 성격 탓에,

계절의 흐름과 함께 넘겨 버리곤 했지만 


올해는 왠지 모르게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두 손을 신경쓰기 싫어
주머니 속에 두 손을 푹 던져놓고 
역사 안을 걷는데, 

알 길이 없는 종소리가 들려 왔다.
일정한 간격으로,
눈이 오는 것과 같이, 

그렇다. 역사 안 사람들의 머릿속으로
'연민'이라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은
눈에 보이지 않게 내리고 있었다. 

"구세주는 양식이 없는 겨울에 내렸다." 

출처 : http://jaehyunne.tistory.com/en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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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에 한 철 
지하의 숲에는 
흔들거리는 겨울 소리가 난다. 

적막한 산중을 가르고서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소리 

딸랑
딸랑
딸랑 
딸랑

"불우이웃을 도웁시다." 

낯선이들을 위해 동전 한 냥(지폐 한 장)을 
넣기에는 너무나도 바쁜 발걸음들이다 

노인을 위하여 자리를 양보하기에는 
한국의 어스런 문화가 낯설 뿐이다 

하루를 살며 
이런 광경들을 내가 목격한 것은 
사랑이 낯설어진 
사람들의 두려움 때문이다 

잠간 보고서 맺히는 눈이 아니라 
오래오래 내리는 함박눈이고 싶다 
아, 나는

-연민, 글로 나아가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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