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나아가는 이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속한 세계 속에서
삶이란 것을 꾸려간다.
현실이 아닌 삶을 현실로 구워내고
타서 까맣게 익어버린
자신의 살가죽을 뜯어 먹는다.
맛있을 것이다.
타인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짓말장이다.
그럴싸하게 얼굴을 치장한 나는
오늘도 거짓말장이다.
내가 보고 듣고 인정한 것들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거짓말장이다.
위선은 때로 슬프다.
그렇게 되기 위해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는
핑계와 함께
눈이 되어 내릴 때,
땅에 스며들기 전의
그 살갖의 아득한 광채가
깨끗한 홍조가
아직도 잔상으로 남아있을 때,
때론 슬프다.
-위선, 글로 나아가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