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나아가는 이
종이를 나눠주지 말아요.
할머니,
생계가 급박하여 이렇게
지하철로 나왔습니다. 라는 말은 너무 슬프잖아요.
'나' 하나 부양하기도 힘든 시절에
결혼이 왠 말이요.
왠 헛소리요.
사랑이 무슨 작당이요.
자식이 무슨 장난감이요.
집도 없는 놈이
무슨 로맨스 타령이요.
그래도 겉치장은 잘하덥니다.
하나 같은 검은 광택 구두에
빨간 젤리를 주둥이에 바르고서
뽑뽀해줘, 오빠!!! 말은 잘하덥디다.
입으로 해달란 말인가?
그래, 나도 입으로 해줄게.
사랑은 역시 말로 하는 거니까.
입으로 작살나게 해줄게.
할머니,
너무나도 다른 우리의 관심사가 문제에요.
차라리 눈을 뽑을까요?
네? 할머니?
-단절, 글로 나아가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