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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Apr 30. 2022

좋은 글감을 찾는 방법

당신, 내 작품의 주인공이 되어 줄래요?

당신, 저의 글감이 되어 줄래요?



글을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으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뭘 쓸까?"이다. 무엇을 쓸지도 모른 채 펜을 들었다니 어쩌면 웃긴 일이다. 하지만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이런 순간을 자주 맞이할 것이다.


생각보다 "뭘 써야지" 결정하고 책상에 앉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냥 앉아서 쓰다 보니 써질 때도 있고, 그리고 쓰다가 잘 안 써져서 펜을 내려놓을 때도 있다.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글감'이다. 글감이란 '쓸 거리'를 말한다. 재료가 있어야 요리를 하듯, 글도 쓸 거리가 있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아무리 요리사의 실력이 좋아도, 재료가 싱싱하지 않다면 글은 생기를 잃는다. 즉,  좋은 글감이 좋은 글을 만든다고 볼 수 있다. 집에서 처박혀 가만히 고민만 한다고 좋은 글은 나오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까지 필자의 경험으로는 그렇다.



물론, 좋은 글감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상처로 인해 겪은 힘든 사연도, 누군가로 인해 감동을 받은 일도, 아주 평범하지만 행복했던 순간들도, 지금은 잊힌 사랑의 추억도, 모두 훌륭한 글감이 된다. 하지만 그래도 가장 좋은 글감은 바로 '나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누가 내 얘기를 좋아해 주겠어? 재미도 없는 걸..."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잘 생각해보면 세상에 내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는 없다. 어떤 스토리든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존재한다. 그 사람에게는 내 이야기인 것이다. 단지 지금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유명해서, 특별하게 여겨져서, 혹은 운이 조금 좋아서 알려진 것뿐이다. 아무리 관심이 없던 일도 내가 경험하고 의미를 부여하면 특별해진다.


필자는 좋은 글감을 찾고 싶을 때 새로운 존재를 만날 수 있는 장소에 가서 그곳 사람들과 경계 없이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거기서 나눈 대화와 보고 듣고 느낀 것들 작고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해본다.



개인적으로는 트인 자연을 좋아한다. 하지만 미로 같은 빌딩 숲이라 해서 좋은 이야기가 나올 없다고 수는 없다.


그곳에서 관찰자 되어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이 속삭이는 말에 귀를 기울이면 분명 뜻깊은 이야기를 찾아낼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글을 쓰는 데 있어 작은 아쉬움이 하나 있다. 이건 앞으로 이뤄가고 싶은 과제이기도 하다. 그건 바로 아직 해외에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남들이 다 가서 여행하는 모습을 자랑하기 위해 가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없다.


다만 새로운 것들을 보고 듣고 가슴에 담아서 이야기로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다. 어릴 적 가보았더라면 좀 더 많은 걸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지금도 남아있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곳에서 맞이한 존재들, 그들을 글자로 하나하나씩 써 내려갈 때의 느낌은 또 새로울 것이다.


세상 모든 것들이 글감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시인의 심장으로, 살아있는 하루를 놓치지 않도록, 흘러가는 삶도 언젠가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도록.


우울하고 불안했던 순간도 한 편의 시가 되도록 하고 싶다.


끝으로 김춘수 시인의 '꽃'이란 시의 한 구절을 남긴다. '의미'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히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결국  글감을 찾고 그를 기록하는 일은 하나의 의미를 전하는 일이 아닐까.


작가로서 글감을 찾고 기록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하다.


"지금 거기 서 있는 당신, 내 글감이 되어 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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