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로 Jun 01. 2022

우울할 땐 청소를 한다

나의 쓸모를 찾고 싶다면

매주 토요일과 공휴일에는 청소를 한다. 자리에서 일어나 이불을 개고 창을 모두 연 후 나의 친구 청소기의 손을 잡는다.


그렇게 하나 둘 빨려 들어가는 먼지를 보고 있으면 삶의 찌꺼기들이 사라지는 듯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게 청소는 그냥 청소가 아니다. 삶을 치유하고 정리하는 하나의 의식과 같다.



청소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청소가 마음에 미치는 영향을 느끼면서부터다. 예전에는 글을 써야 하는데 생각 정리가 되지 않거나 감정이 요동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마음을 억지로 어떻게 해보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러다 찾게 된 방법이 바로 청소. 청소는 단순하지만 가장 아름답고 정직한 노동이자 수양이다. 무언가를 깨끗이 만든다는 건 세상 그 어떤 일보다도 아름다운 행위라고 생각한다.      


청소기를 돌리고, 먼지를 털어내고, 빨래를 널고, 욕실의 물 때를 벗겨내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그리고 내 몸과 마음이 머무는 곳을 정화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면서, 덩달아 자존감도 올라간다. 그래서 무언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먼저 청소를 한다. 정말로 효과가 있다.


최근 뉴스에서 고독사에 대한 소식을 자주 듣는데, 사망한 분들의 방에서는 다량의 쓰레기와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한 전문가는 이 현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 쓰레기보다도 자기 자신의 삶이 더욱 초라하고 보잘것없게 느껴지기 때문에, 그걸 치울 힘도 용기도 모두 잃어버린 상태가 돼 버린 거죠."  


그렇다. 정리와 청소도 나의 쓸모와 가치를 느껴 스스로 힘을 낼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가 이 거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내가 가치 있는 존재라고 느끼기 때문이니까.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가치가 있다. 그래서 몰입해서 방을 청소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쓸모 있는 존재가 된다고 믿는다.


나를 돌보는 일의 첫 걸음은 내가 매일 마주하는 공간을 사랑하고, 그곳을 청소하고 깨끗이 만드는 일이다.


마음이 울적하거나 가슴이 복잡하다면, 이번 주말 마음을 다잡고 청소 한 번 해 보면 어떨까? 생각이 싹 하고 정리 될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모든 욕망에는 책임이 따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