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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Jun 26. 2022

​독립이 고립이 될 때, 외로움이 숙제가 될 때

"결혼하면 삶이 덜 외로울까요?"



동성 친구여사친에게 말했다.


"서른이 넘었는데도 독립(여기서의 독립은 '혼자 사는 것'을 뜻한다) 하지 않았다면, 그런 남자는 만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혼자 살면서 스스로 모든 걸 책임져 본 경험은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야. 삶에 대한 무게가 달라진다고나 할까?"   


그래. 맞는 말이었다. 혼자 살아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생계부터 집안일, 청소, 정리정돈, 심지어는 관리비를 내는 일 하나에도 모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독립의 가장 장점이자 단점. 그건 바로 독립이 낳은 고독과 외로움 또한 오롯이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1인 가구가 많아진다는 건 독립한 이들이 늘어났다는 말도 되지만, 한편으론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고립감의 총량이 커졌다는 말도 된다.  


독립의 날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삶의 과정은 매 순간 주어진 고립감과 싸우는 일이었다. 잠시 누군가와 함께 살거나, 같이 일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항상 마음 한 칸 어딘가에 살고 있는 내 외로운 자아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그 대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렇게 독립된 생활을 하면서 작게나마 깨달은 게 있다.


진정한 독립은 결코 몸만 혼자 떨어져 나와 사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진짜 독립의 길을 걷고 있는지는 지독히 외롭거나,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느낄 때 그리고 더 이상 삶의 의미를 찾기 힘든 순간이 왔을 때도, 그 시간을 견뎌위한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는지에 달려있다. 


독립된 생활을 무조건 찬양하려는 아니다. 다만 독립을 통해 경험한 일들이 삶에 가져다주는 교훈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전에 어르신께 이렇게 질문적이 있다.


"결혼을 하면 삶이 덜 외로울까요?"  


"음... 혼자 있을 때 외로운 사람은 결혼을 해도 외로워요. 결혼이 인간의 외로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진 못해요. 옆에 누군가 있다고 해서 내면의 외로움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거죠.


외로움은 해결할 존재라기보다, 평생 안고 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외로움이라는 감정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외로움이 가져다주는 깨달음에 대해 한 번 고민해 봐요."  


생각해 보면, 완전한 독립이 어디 있을까 싶다. 우리내 삶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다. 독립했다 싶다가도 한 번에 무너지는 게 사람이다.


"야, 이건 정말 완벽하다"며 삶의 청사진을 꾸렸다가도 사랑하는 사람의 등장에, 뜻밖의 질병에 와르르 무너질 수 있는 것이 인생 아닌가.

 

독립의 경험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진정한 독립은 결국 "완전한 독립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아 가는 과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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