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넘었는데도 독립(여기서의 독립은 '혼자 사는 것'을 뜻한다) 하지 않았다면, 그런 남자는 만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혼자 살면서 스스로 모든 걸 책임져 본 경험은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야. 삶에 대한 무게가 달라진다고나 할까?"
그래. 맞는 말이었다. 혼자 살아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생계부터 집안일, 청소, 정리정돈, 심지어는 관리비를 내는 일 하나에도 모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독립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 그건 바로 독립이 낳은 고독과 외로움 또한 오롯이 스스로감당해야한다는 점이다.
1인 가구가 많아진다는 건 독립한 이들이 늘어났다는 말도 되지만, 한편으론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고립감의 총량이 커졌다는 말도 된다.
독립의 날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삶의 과정은 매 순간 주어진 고립감과 싸우는 일이었다. 잠시 누군가와 함께 살거나, 같이 일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항상 마음 한 칸 어딘가에 살고 있는 내 외로운 자아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그 대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렇게 독립된 생활을 하면서 작게나마 깨달은 게 있다.
진정한 독립은 결코 몸만 혼자 떨어져 나와 사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진짜 독립의 길을 걷고 있는지는지독히 외롭거나,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느낄 때 그리고 더 이상 삶의 의미를 찾기 힘든 순간이 왔을 때도, 그 시간을 견뎌내기 위한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는지에 달려있다.
독립된 생활을 무조건 찬양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독립을 통해 경험한 일들이삶에 가져다주는교훈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한 어르신께 이렇게 질문한 적이 있다.
"결혼을 하면 삶이 덜 외로울까요?"
"음... 혼자 있을 때 외로운 사람은 결혼을 해도 외로워요. 결혼이 인간의 외로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진 못해요. 옆에 누군가 있다고 해서 내면의 외로움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거죠.
외로움은 해결할 존재라기보다, 평생 안고 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외로움이라는 감정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외로움이 가져다주는 깨달음에 대해 한 번 고민해 봐요."
생각해 보면, 완전한 독립이 어디 있을까 싶다. 우리내 삶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다. 독립했다 싶다가도 한 번에 무너지는게 사람이다.
"야, 이건 정말 완벽하다"며 삶의 청사진을 꾸렸다가도 사랑하는 사람의 등장에, 뜻밖의 질병에 와르르 무너질 수 있는 것이 인생아닌가.
독립의경험은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진정한 독립은 결국 "완전한 독립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아 가는 과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