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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Aug 21. 2022

때문에 말고 '덕분에'

인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감사의 힘

대학교 1학년 시절(약 12년 전), 심리학 교양 수업에서 '00이 보는 나'라는 주제의 과제가 주어졌다.


나를 잘 아는 사람, 어느 정도 아는 사람, 처음 본 사람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묻고 기록하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나를 가장 아는 사람으로 부모님을 꼽았다. 아버지께선 나에 대해 이렇게 쓰셨다.



"우리 큰 아들은 늘 착하고 크게 엇나가지 않게 자라줘서 고맙습니다. 그것 말고는 없습니다."


아버지다웠다. 짧고 단순했다. 그런데 기분이 이상했다.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아버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잘 몰랐다.


생각해보면, 어릴 적부터 아버지는 내게 "뭐가 돼라. 어떻게 해라. 뭘 잘해라, 꼭 이렇게 해야 한다" 등의  말씀을 하신 적이 거의 없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고 노력해 주셨고, 존재 자체로 나를 인정해 주려고 하셨다.

 

아버지께서는 '고맙다'는 표현을 쓰셨다. 나에게는 이 말이 '아들의 존재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말로 들렸다. 이런 아버지의 감사함은 지금껏 나의 자존감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스스로 길을 찾아갈 수 있었던 이유아버지의 마음과 표현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도 감사를 표현한다. 아버지가 나의 아버지라서, 그리고 아버지 덕분에 지금껏 큰 탈 없이 잘 자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요즘 사회에서는 '덕분에'라는 말보다 '때문에'라는 말이 더 자주 들려온다. 덕분에가 감사의 의미를2 담고 있다면, 때문에는 누군가를 탓하고 책임을 지게 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어떤 사고가 일어나도 00 때문에, 삶이 망가져도 00 때문에, 일이 잘못돼도 00 때문에, 이래도 때문에, 저래도 때문에. 온통 때문에 천지다.


물론 어떤 일에 대해 책임을 분명히 하는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책임'이 필요한 이유다.


책임을 부여하는 건 '때문에'라는 숱한 비난으로 누군가를 자책하게 하기 위함이 아니다. 책임자를 중심으로 불미스러운 일을 방지하고 함께 힘을 합쳐 다시 그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이런 일이 일어났지만 당신이 책임을 지려고 노력해 준 '덕분에' 잘 해결됐습니다."


이런 일이 일어났지만, 당신 '덕분에' 삶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때문에'는 어떤 상황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적어도 내 경험 안에서는 그렇다.


그래서 필자는 '때문에'라는 말이 목 위로 차오를 때, 침묵하려고 노력한다. 억눌러서라도 말이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그 말이 주는 부정적 파급력과 원망의 기운이 얼마나 큰 지 알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심호흡을 한 후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본다.



행복하고 싶고 사랑하고 싶다면 그리고 더 현명하고 싶다면, 때문에를 덕분에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 온통 덕분에가 넘쳐흐르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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