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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Aug 27. 2022

우린, 젊지만 젊지 않다

젊음을 방치하지 않기 위한 노력


미숙한 늦여름의 초상


주말 아침, 긴 잠에서 깨어 가만히 천장을 바라본다. 그러다 핸드폰을 집어 들고 잠시 빠져든 유튜브에 30분을 빼앗긴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다.


뇌가 멍해진 느이 든다. 기분이 썩 좋않다. 술에 취한 듯 출처 모를 영상의 잔상이 쉽게 떠나지 않는다.


지난 주만 해도 온 하늘을 뒤덮던 매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여름의 황혼을 그리는 피날레. 짝을 찾지 못한 매미들은 삶을 어디에 바치고 묻힐까.


사정을 마치고 소파에 앉아 멍하니 공중을 바라보는 많은 독신남들이 떠오른다. 그들은 수컷 매미를 닮았다.


술을 마시고 난 뒤 숙취에 찌든 아침, 굳이 먹지 않아도 될 야식을 먹고 난 후 빈 그릇을 바라볼 때, 나와의 약속을 너무나 쉽게 져버리는 나를 발견했을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쓸데없는 자존심을 부리는 내 모습을 볼 때.


이런 무기력한 순간, 드는 생각이 있다.



"아니야. 이러지 말자. 내 삶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이건 일종의 강박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나를 다잡는 삶의 길잡이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한다.


"아직 젊으니까 좀 더 놀고 탕진해도 괜찮아."


아니, 아니다. 그건 아니다. 무책임한 소리다. 나는 '탕진잼'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어디서 나온 말인지는 모르지만 비린내가 심하다. 마음에 스며들기 보단 자꾸 피하게 된다.


인생이 얼마나 치열한 전쟁인데 그냥 보낼 수 있단 말인가. 무어라도 해야 한다. 오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밤에 나가서 운동장 1~2바퀴라도 뛰고 와야 한다. 그게 내 정신을 다잡는 방법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생각이다. 이 생각에는 삶과 젊음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스며 있다. 이 생각은 때로 고통스럽고 너무 심오하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 적성이 풀린다. 이게 나인데 어떡하나.  





▲우린 젊다. 하지만 젊지 않다


우린 젊다. 하지만 젊지 않다. 지금도 이 순간에도 흘러가고 있는 '1분 1초'는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내 삶의 곡간에 차곡차곡 쌓일지, 아니면 길바닥에 버려져 지나는 차에 밝혀 부서질지 결정된다.


젊음은 시간을 낭비하는 순간부터 우리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리는 순간 돌아온다. 마치 영혼이 몸으로 들어왔다가 빠져나가듯 삶의 생기가 사라진다.



그래서 나는 요즘 고민하고 있다. 오늘, 나는 얼마의 젊음을 낭비했고 얼마의 젊음을 쌓았는지. 왜 그랬는지. 그리고 내 젊음의 신선도는 얼마인지. 나의 생기는 충분히 파릇한지.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는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수 있는지. 사랑을 실천하기에 너무 많이 부패하진 않았는지.


"우리가 우리의 젊음을 그저 세상이 이끄는대로 방치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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