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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Nov 19. 2022

나를 규정짓는 말들과의 전쟁

언어의 감옥에 갇히는 순간, 우린 자아를 잃는다

"그 어떤 삶도 말의 감옥에 매몰되는 순간, 행복을 잃는다."


그럴 때가 있다. 누군가 던진 말이 가슴에 깊이 박혀 잘 빠지지 않을 때가. 그 말은 칭찬 혹은 비난일 수도 있고 때론 평가일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그 말에서 벗어나지 못해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는 것.



말은 우리의 마음에 들어와 인격과 자아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 말이 어떤 말이냐에 따라 우리의 자아는 쇠처럼 무거워지거나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나도 그랬다. 나를 따라다니는 두 가지 말이 있다. '자유로운 영혼' 그리고 '이기적인 사람'. 지금은 이들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지만 예전엔 이 말들에 얽매여 살았다.


나는 정말 자유로운 영혼인가? 난 그렇게 이기적인 사람일까?


물론 둘 다 어느 정도는 맞다. 누군가 내게 이런 말을 하는 데는 내 말과 행동 그리고 살아온 삶이 영향을 미쳤을 테니까.


하지만 한 가지 오류는 저 말들을 들으면 들을수록 두 표현이 가지고 있는 특성에 나 자신을 가두게 되는 것이었다.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한 후에 스스로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니까"라고 하거나, 이기적인 행동을 했을 때도 "원래 인간은 이기적이야"라고 말하곤 했다. 때론 이 말들은 나를 합리화하는 도구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항상 저 말들처럼 행동해야만 내가 나인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


가장 힘든 순간은  말들로 인해 누군가로부터 오해를 받거나, 심지어는 조차도 저 말들에서 벗어날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 때였다.



예를 들어 자유로운 영혼이라서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지 못하며, 한 사람(연안)을 오래 만나지 못한다는 말.


그리고 음식을 빠르게 많이 먹는 이유가 식탐이 많고 이기적이어서 그렇다는 말 등이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모두 오해였다. 부분으로 전체를 판단한 일반화의 오류. 


내가 누군가에게 '자유로운 영혼' 혹은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이는 건 그동안 내가 처한 환경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삶의 과정에서 생겨난 하나의 모습일 뿐, 나의 전체가 아니었다.



그래서 나 스스로 나를 규정짓는 말들에 대해 몇 가지 짚어보기로 했다. 여러분도 혹시나 자주 듣는 말의 특성에 자신을 가둬 놓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 살펴보면 좋겠다.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라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게 아니다. 그 환경이 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편안함을 주지 못해 답답하다고 느껴서 그렇다. 예를 들어 좁고 네모난 사무실에 오래 있는 건 답답하지만, 탁 트인 숲이나 공원, 혹은 주황빛 불빛이 아늑한 방 안에는 오래 있을 수 있다.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 밥을 빨리 많이 먹는 게 아니다. 첫째는 기초대사량이 커서 먹는 양이 많아서이고(식욕이 왕성하다), 두 번째는 음식을 생존을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해왔지 맛을 즐기거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음식을 가지고 상대와 경쟁할 생각 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음식을 먹을 때는 일단 먹어야 산다는 본능에 더욱 집중한다.



나를 규정짓게 하는 말들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런 말들을 자주 들었다면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한 번쯤 고민해 봐야겠지만, 그로 인해 자괴나 자책에 빠져 허우적거릴 필요는 없다는 것.


그래서 나는 앞으로 때때로 나에게 이렇게 말해줄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은 나를 규정짓는 언어의 감옥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것이다.


"넌 자유로운 영혼이 아니야. 넌 이기적이지 않아. 넌 언제나 너 자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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