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가 있다. 누군가 던진 말이 가슴에 깊이 박혀 잘 빠지지 않을 때가. 그 말은 칭찬 혹은 비난일 수도 있고 때론 평가일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그 말에서 벗어나지 못해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는 것.
말은 우리의 마음에 들어와 인격과 자아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 말이 어떤 말이냐에 따라 우리의 자아는쇠처럼 무거워지거나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나도 그랬다. 나를 따라다니는 두 가지 말이 있다. '자유로운 영혼' 그리고 '이기적인 사람'. 지금은 이들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지만 예전엔 이 말들에 얽매여 살았다.
나는 정말 자유로운 영혼인가? 난 그렇게 이기적인 사람일까?
물론 둘 다 어느 정도는 맞다. 누군가 내게 이런 말을 하는 데는 내 말과 행동 그리고 살아온 삶이 영향을 미쳤을 테니까.
하지만 한 가지 오류는 저 말들을 들으면 들을수록 두 표현이 가지고 있는 특성에 나 자신을 가두게 되는 것이었다.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한 후에 스스로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니까"라고 하거나, 이기적인 행동을 했을 때도 "원래 인간은 이기적이야"라고 말하곤 했다. 때론 이 말들은 나를 합리화하는 도구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항상 저 말들처럼 행동해야만 내가 나인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했다.
가장 힘든 순간은 그말들로 인해 누군가로부터 오해를 받거나, 심지어는 나 조차도 저 말들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였다.
예를 들어 자유로운 영혼이라서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지 못하며, 한 사람(연안)을 오래 만나지 못한다는 말.
그리고 음식을 빠르게 많이 먹는 이유가 식탐이 많고 이기적이어서 그렇다는 말 등이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모두 오해였다. 부분으로 전체를 판단한 일반화의 오류.
내가 누군가에게 '자유로운 영혼' 혹은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이는 건 그동안 내가 처한 환경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삶의 과정에서 생겨난 하나의 모습일 뿐, 나의 전체가 아니었다.
그래서 나 스스로 나를 규정짓는 말들에 대해 몇 가지 짚어보기로 했다. 여러분도 혹시나 자주 듣는 말의 특성에 자신을 가둬 놓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 살펴보면 좋겠다.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라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게 아니다. 그 환경이 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편안함을 주지 못해 답답하다고 느껴서 그렇다. 예를 들어 좁고 네모난 사무실에 오래 있는 건 답답하지만, 탁 트인 숲이나 공원, 혹은 주황빛 불빛이 아늑한 방 안에는 오래 있을 수 있다.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 밥을 빨리 많이 먹는 게 아니다. 첫째는 기초대사량이 커서 먹는 양이 많아서이고(식욕이 왕성하다), 두 번째는 음식을 생존을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해왔지 맛을 즐기거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음식을 가지고 상대와 경쟁할 생각 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음식을 먹을 때는 일단 먹어야 산다는 본능에 더욱 집중한다.
나를 규정짓게 하는 말들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런 말들을 자주 들었다면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한 번쯤 고민해 봐야겠지만, 그로 인해 자괴나 자책에 빠져 허우적거릴 필요는 없다는 것.
그래서 나는 앞으로 때때로 나에게 이렇게 말해줄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은 나를 규정짓는언어의 감옥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