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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Mar 21. 2023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고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에는 항상 지진이 발생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곳에 다녀올게!

-스즈메의 문단속 中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세상은 얼마나 공허할까?"


영화를 본 후 줄곧 이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그리고 스즈메의 문단속까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에는 늘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상황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것을 찾기 위해 목숨을 건다. 벌써 3번째다. 그는 어릴 때 무엇을 상실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영화에는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자들을 기리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한다. 지진을 막는 스즈메와 소타의 간절한 마음을 감독은 대신해서 전해준다. 지진을 크게 겪어보지 않은 사람으로서 깊게 이입이 되진 않았지만 재난으로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고 상상하니 마음이 아팠다.


인간은 막을 수 없는 일. 오직 신의 영역에 있는 힘. 우린 그것을 재난이라고 부른다.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고 거대한 상처를 남기는 만큼, 재난은 모두에게 피할 수 없는 죽음과도 같은 것이다. 영화에서 토지시(소타의 직업, 직역하면 지진을 막는 사람)인 소타는 주문을 외우며 재난의 원흉(미미즈)이 나오지 못하게 일본 각처의 문을 잠근다. 


피할 수도 막을 수 없는 재난을  막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 신과 자연을 섬기는 존재도 인간밖에 없으며 그에 대항하는 존재도 인간밖에 없다. 과연 어떤 인간이 더 현명한 것일까? 자연의 재앙의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기 위한 걸까? 아니면 어떤 악한 신의 장난인 걸까? 여러 생각이 든다.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스즈메의 문단속은 기괴함과 신비함 그리고 약간의 청량함이 섞여 있던 영화였다.


*동일본 대지진과 튀르키예 지진으로 소중한 생명을 잃으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앞으로는 큰 재난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글로 나아가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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