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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May 04. 2023

인생의 무게를 줄이는 방법

글로 나아가는 이

나에겐 글쓰기만큼이나 목숨처럼 사수하는 것이 있다. 바로 달리기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는 올해로 9년 차. 주 2~3회 3~10km를 달렸다. 지난달에는 처음으로 하프(20km) 마라톤에 출전, 완주에 성공했다. 이제 달리기는 내 삶의 숙명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2023년 4월 9일 열린 '제10회 행복한 가게 마라톤 대회' 하프 코스 완주 기념사진


이 글을 쓰기 전에도 보라매 공원에서 5km를 달렸다. 비가 세차게 내렸지만 돌아갈 수 없었다. 집을 나선 이상 오늘 목표한 거리를 완주해야 한다. 이건 나와의 약속이다. 이유는 없다. 달리기가 주는 일종의 해방감이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다. 빗속의 질주는 나름 운치가 있다. 물론 기분이 좋지는 않다. 비로 인해 몸과 신발은 축축해지고 첨벙이는 바닥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 


하지만 달리는 동안은 그런 것들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오직 계획한 거리를 달린다는 생각과 '달리고 있는 나'만이 존재할 뿐이다.

                



모든 스포츠는 자신과의 싸움이지만 그중에서도 이 말이 제일 잘 어울리는 종목은 단연 마라톤, 오래 달리기라고 생각한다. 달리기는 늘 나를 짓누르는 수많은 잡념을 잠재워준다. 1km, 2km, 5km 조금씩 거리가 늘어날수록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들은 사라지고 오직 심장 소리만 남는다. 그때 이 세상에서 내가 싸워 이겨야 하는 건 오직 나 자신뿐이다.     


     

하루하루 기록을 경신하기 위해 속도와 거리를 늘여나간다. 하지만 실력은 잘 늘지 않는다. 나의 경우, 약 5년은 아무 측정 없이 그냥 무작정 달렸다. 그래서 실력이 늘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정말 그냥 달린 것이다. 그때는 그랬다. 뭔가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나가서 한참 뛰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냥 그 개운함이 좋아 내달렸다.




약 9년을 달리면서 깨달은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장시간 달리기가 익숙해지면 삶에서 오는 많은 고통에 둔감해진다는 것. 달리기를 할 때의 고통과 그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인내의 힘이 강한 나머지, 직장이나 인간관계와 같은 일상생활에서의 고통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느껴진다.



물론 아닌 일도 있다.(아직 그만큼 힘든 일을 겪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대다수 그렇다는 말이다.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힘들다. 멈추고 싶다"는 생각도 사라진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생각을 할 힘도 없기 때문이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인지하기도 어렵다. 오직 달리는 행위 자체에 몰입하는 것이다.

 

이건 달리기를 시작한 지 한참 뒤에서나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삶의 고통을 줄여준다는 점은 하고 싶은 많은 나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앞으로도 나는 내 삶을 위해 계속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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