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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Jun 16. 2023

필름 인 영월, 좌충우돌 공모전 촬영기

자연의 고장, 다시 가고픈 그곳 영월 탐방기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 있다면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날 수 있다면

쓰고 싶은 글만 쓸 수 있다면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다면"


분명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럴 수 없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저런 인생을 위해 매일 발버둥 친다. 늘 미래를 걱정하느라 불안한 삶 속에서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순간을 늘려가기 위해. 완전한 휴식, 천국과 같은 평온한 삶을 위해 달려가고 있다.


어쩌면, 세상에 그런 삶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부단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비슷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 영월에 살으리랏다. 물 좋고 산 좋은 영월에 살으리랏다


-내 삶이 영화가 되는 곳, 영월

https://youtube/oEwAiFGtP8A


지난 현충일 연휴 공모전 촬영을 위해 영월에 방문했다. 오래간만에 서울을 떠날 생각에 촬영팀(2020년부터 '글밥스튜디오'라는 창작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모두 마음이 들떠 있었다. 전에도 종종 서울을 벗어나긴 했지만, 이번엔 정말 바쁜 와중에 짬을 낸 거라 그런지 해방감이 더 크게 다가왔다. 영상 제작을 취미로 가진 덕분에 여행도 갈 수 있고, 또한 그런 취미를 함께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점에 감사했다.


좋아하는 창작을 하면서 잠시잠깐 마음의 숨을 돌리는 것. 어쩌면 앞서 말한 삶을 살기 위해선 이런 시간들을 차차 늘려나가야 하는지도 모른다.


6월의 영월역(왼쪽)과 한반도 지형(오른쪽)


영월의 느낌을 몇 마디로 표현하자면, 평범했다. 화려하지 않았다. 그래서 좋았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한적한 도로 옆으로 펼쳐진 거대한 산맥 외에는 뭐가 없었다. 하지만 달리는 차 안에서 그 굽이친 산새를 바라보고 있는 게 그저 좋았다. 끝없이 펼쳐진 자연, 그리고 그 침묵에 매료됐다고나 할까.


꾸밈없는 모습. 화려하지 않은 날 것의 향기가 예뻐 보일 때가 있다. 요즘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나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들을 보면 유난히 그런 생각이 든다.


돌이켜 보면 그내들이 예뻐 보이는 이유는 '때 묻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영월도 마찬가지. 때 묻지 않은 자연이란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곳. 그래서 한 번쯤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곳이다.


영월의 곳곳을 다니는 내내 마음 한켠에서는 학창 시절 문학 시간에 배웠던 한 시조의 구절이 떠올랐다. 물론 내용은 바뀌었지만 (ㅎ.ㅎ)


 "살으리랏다. 살으리랏다. 물 좋고 산 좋은 영월에 살으리랏다."


(위) 영월역에서 촬영하고 있는 모습, (아래) 강원도 탄광문화촌 내부 모습


영월의 관광지는 대부분 과거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곳이 많다. 방문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곳은 바로 탄광문화촌이다. 관광객들을 위해 정성을 들인 티도 나면서, 영월의 역사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찾아볼 수 없는 내 학창 시절 교실의 풍경과, 석유난로. 그리고 지금은 돌아가신 할아버지댁에서만 볼 수 있었던 푸세식 화장실까지. 옛 추억이 새록새록 살아나는 현장이었다.


젊은달 와이파크 앞 꽃밭(왼쪽), 전시장 내부에 설치된 옛 마을의 모습에 스며들어 보았다(오른쪽)
 젊은달 와이파크 안에 있는 조형작품 내부.촬영한 영상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모습. 인스타에 많이 올라오는 곳이다.
해 질 녘 모습이 아름다운 느티나무 언덕. 아직은 언덕을 조성하고 있지만 몇 년 뒤 방문하면 더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영월 야경의 끝판왕인 별마루천문대. 밤 11시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있었던 곳. 바람이 세차게 불기 때문에 여름이라도 두꺼운 외투를 가져가야 한다. 아니면 감기에 걸릴지도 모른다.

영월은 어느 하나 빼놓을 곳 없이 아름다웠다. 짧은 일정상 각 장소의 매력을 더 느껴볼 여유가 없어 오히려 아쉬웠을 정도다.


촬영을 올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이라도 카메라에 담으려 하는 순간 그 매력을 온전히 눈과 귀, 마음으로 느끼긴 어려워진다.


빛의 예술인 카메라가 담는 영월도 분명 아름답겠지만 그래도 어떻게 인간의 오감으로 느끼는 것만 할까. 하지만 우리의 목적은 이 아름다운 고장을 어떻게든 더욱 예쁘게 담아 세상에 전하는 일이니,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이 자리를 빌려 빡빡한 일정에도 불평불만 없이 함께해 준 글밥스튜디오 멤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영월한 사랑


영월에 다녀온 소감을 표현한 시를 끝으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혹 정말 고요히, 조용히 자연에 파묻히고 싶은 분이 있다면 영월에 한번 다녀오기를 추천한다.



영월한 사랑

-글로 나아가는 이


풍경 속으로 영원히 숨고 싶었어.

해가 자취를 감추면

별과 달이 사랑을 나누는 언덕에서


우리의 삶은 질주하는 별처럼

서로를 향해 유월했지.


시간의 은하를 넘고 넘어

사랑하는 당신과

영영 머물고 싶은 시절에 닿았어.


그땐 영월한 밤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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