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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Sep 11. 2023

기분이 울적할 때, 파도로 마음을 쓰다듬어준 문장들

이병률 시인의 '바다는 잘 있습니다'를 읽고


어쩌면 어떤 운명에 의해

아니면 안 좋은 기운을 가진 누군가에 의해

그만두었을지도 모를 시(詩)


그럼에도 산에서 자라 바다 깊은 곳까지

뿌리를 뻗은 이 나무는,


마음속 혼잣말을 그만두지 못해서

그 마음을 들으려고 가는 중입니다.


-2017년 9월, 이병률 시인





지난달 동해에 갔을 때 산 시집

바쁘다는 핑계로

한 달여 곱씹으며 읽었다.


이병률 시인의 시에서는

차분한 서정이 느껴진다.


몇몇 문장 속에 꾹꾹 눌러 담은 몇몇 문장이 가슴을 미어지게 만든다.





사랑이 끝나면 산 하나 사라진다.

그리고 그 자리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퍼다 나른 크기의 산 하나 생겨난다.


산 하나를 다 파내거나

산 하나를 쓰다 버리는 것

사랑이라 한다.


-사랑의 출처 中, 이병률




사랑을 비유할 때

산을 퍼내고 키우는 일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사랑을 하고 받는 일은

그만큼 마음을 쏟아붓는 일이다.


하나의 씨앗을 뿌리기부터

풀과 나무를 키우고

그 안에 수많은 생명체들이 와서

살기까지 땅은 엄청난 일들을 한다.


래서 진짜 사랑을 하면

힘든 순간이 있는 게 당연하다.

 

마음의 영양분이

오롯이 사랑의 대상에게로

흡수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동안 그 사람이 키운 산이

마음 안에 심겨

통째로 살아 숨 쉬게 된다.


당신은 사랑을 함으로써

그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이 상처를 받는 것은

한 사람이 깊숙이 칼에 찔리는 것은

지구가 상처받는 것

지구의 뼈가 발리고 마는 것


-지구 서랍 中, 이병률




누군가의 고통을 느낄 수 없다면

그건 얼마나 슬픈 일일까.


지구, 자연, 인류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 내 옆에 있는 누군가라도.

어쩌면 삶의 한 부분을

대신 짊어지고 있었을 지도 모르는.


지구가 아파 신음하는 소리가

여러 현상으로 나타나는 요즘


우리는 주변 사람들의 크고 작은 고통에

얼마나 귀 기울였는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도시는 빛이 많으니까

스스로의 빛도 필요하다.

바깥 불빛보다

안쪽의 불빛에 의지해야 하므로

감정도 필요하다.


지탱하려고 지탱하려고 감정은

한 방향으로 돌고 도는

것으로 스스로의 힘을 모은다.


-생활이라는 감정의 궤도 中, 이병률




당신은 어떤 빛을 가지고 있는가?

그 빛이 우리 영혼의 수명이라면

무엇을 붙잡고 있을 것인가.

도시의 불빛들은 갈수록 화려해지지만

반면, 우리 마음속은 왜 자꾸만

어둡게만 물들어 가는가.


네온사인이 아니라

마음의 빛을 찾아헤매야 하는 게 아닌가.

작은 주황등 하나에 의지해 글을 쓰는 밤이 저물고 있다.





우리는 서로의 감정에 대해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당신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거짓이

세상을 덮어버릴까 두려워서입니다.


-이별의 원심력 中, 이병률




우리가 살아 있는 세계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계와 다를 테니

그때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어 만나자.


-이 넉넉한 쓸쓸함 中, 이병률





진심 어린 관심을 두기가

얼마나 어려운 세상인가.


하지만 관심을 포기해서는 안 될 터

이번 생은 조금 손해를 봐서라도

사랑의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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