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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Oct 06. 2023

정서가 메마른 시대를 위한 양식

정재찬 교수의 '시를 잊은 그대에게'를 읽고

지독히 외로운 날

우리에겐 시가 필요하다.

잃어버린 감성을 되찾아 준

정재찬 교수의 선물 같은 시


-시를 잊은 그대에게 中




시를 잊은 그대에게, 정채찬




정서가 메마른 시대, 시는 왜 필요한가?


몇 년 전부터 '시를 잊은 그대에게'라는 문구를 종종 봐 왔다. 책이나 드라마, 감성을 강조한 강연 등에서 홍보 문구로 사용됐다. 이 문장이 많이 인용된 걸로 봐서 감성이 메마른 시대가 맞기는 한 가보다.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없던 8~90년대에는 시를 읽고 쓰는 일이 흔했다. 대학생들이 시집 한 권씩 꼭 옆구리에 끼고 다녔다고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특유의 감성을 찾아다니는 이들 외에는 누구도 시를 찾지 않는다. 대중문화에서 시를 만나볼 수 있는 건 몇몇 소수의 노래 가사에 살짝 가미된 정도다. 이처럼 시가 문학도들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지금, 시를 읽고 느끼는 일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 번쯤 생각해 볼 지점이다.





영혼의 양식을 찾아


시는 사색이고 명상이며 느림보 거북이다. 따라서 시는 급변하는 자본과 문명을 이길 수 없다. 마치 번식력이 강한 잡초가 빠르게 다른 식물들을 덮치면 힘없이 소멸하는 것처럼. 이는 현실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명한 시인이라면 자본과 문명에 빠르게 스며드는 시를 만들어내는 편이 훨씬 실용적일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시를 포기할 수 없는 건, 시가 쓸모와 효용성의 시각을 떠나 존재로서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시의 가치를 고민하면 떠오르는 말이 있다. 바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등장하는 존 키팅 선생의 대사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中


"좋아. 이제 결론을 내리자! 시를 읽는다는 건, 다른 이유가 없다. 그 사람이 인류의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인류야말로 열정의 집합체라는 것을 잊지 마라. 의학, 법률, 금융, 이런 것들은 모두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그렇다면, 시, 낭만, 사랑, 아름다움이 세상에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사람들의 삶의 양식이기 때문이다. 삶의 양식 말이다. 자, 윌드 휘트먼의 시 한 편을 읽어주겠다. 잘 음미해 보도록!."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中)     


삶의 양식. 먹는 음식을 말한 걸까? 아니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영혼의 양식'이라고 생각한다. 인류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성경'에는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이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하였느니라 하시니라. (신약성경, 마태복음 4:4 KRV)"


종교를 떠나, 나는 이 말속에 시대를 관통하는 진리가 있다고 믿는다. 떡과 밀, 밥 없이 살 수 있는 인간은 없다. 먹고사니즘(먹고 사는 일을 최우선으로 하는 태도)이라는 신조어처럼 먹고사는 일에 치열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그것에 너무 급급하다 보니 우리에게 또 다른 측면에서의 양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고 사는 듯하다. 영혼의 허기짐을 망각하다 보면 결국 마음이 무너지고 먹고사는 일에도 의지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지금의 사회는 물질의 풍요를 어느 정도 이룬 만큼 영혼의 양식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책에서 저자는 

다양한 시를 읽고 자신이 느낀 바를 서술하고 있다.

시를 음미하는 그의 독특한 시각을 엿볼 수 있다.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시 한 편과 감상을 소개하고 독후감을 마무리한다.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하지 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겨울밤은 깊어서 눈만 내리어

돌아갈 길 없는 오늘 눈 오는 밤도

하루의 일을 끝낸 작업장 부근

촛불도 꺼져가는 어둔 방에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절망도 없는 이 절망의 세상

슬픔도 없는 이 슬픔의 세상

사랑하며 살아가면 봄눈이 온다.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정호승





온 세상이 캄캄해 보일 정도로 희망이 사라진 날 정말이지 지독히 외로운 날, 그런 날일수록 시를 찾고 노래를 하며, 누가 뭐래도 나를 믿어 주는 한 사람을 떠올려 보라. 빛은 실재이고 어둠은 결국 현상에 불과한 것. 빛이 없어 어두운 것이지 어두워서 짚이 없는 건 아니기에 빛이 어둠을 몰아낼 수 있어도 어둠이 빛을 몰아낼 수는 없는 것이기에 우리의 절망과 슬픔은 끝내 소망과 기쁨에 무릎 꿇으리니.


시를 잊은 그대에게 中, 정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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