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힌두교도들은 '사부'라고 부르고 수도승들은 '아버지'라고 부르는 사람의 길잡이를 한 사람 선택해야 했다면, 나는 틀림없이 조르바를 택했을 것이다. 주린 영혼을 채우기 위해 오랜 세월 책으로부터 빨아들인
영양분의 질량과, 겨우 몇 달 사이에 조르바로부터 느낀 자유의 질량을 돌이켜 볼 때마다 책으로 보낸 세월이 억울해서 나는 격분과 마음의 쓰라림을 견디지 못한다.
-'그리스인 조르바' 서평 中
그리스인 조르바. 쉽게 읽힌 책은 아니었다. 난 이 책을 '격정의 고전'이라고 부르고 싶다. 처음엔 유난히 어려웠다. 그렇게 느껴진 이유는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의 배경지식과 집중력이 부족하거나, 책을 쓴 작가가 나보다 훨씬 심오한 사람이라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지 못했다거나. 하지만 깊은 고뇌의 결과물이라는 것만은 틀림없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한 번쯤 읽어보라고 꼭 추천해지고 싶은 책이라는 것도.
책을 읽다 이따금씩 '진정한 삶이란 무엇이며 삶에서 가장 소중한 건 무엇인지'를 생각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과연 누가 줄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말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작가)가 만난 조르바는 겉보기에는 개차반 같은 모습과 거친 입담을 일삼는 사람이지만 속에는 뜨거운 인류애와 열정을 가지고 있다. 삶-사랑-신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 본 사람만이 삶을 비판하고 또 낙관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속에 진실한 희화와 풍자도 담을 수 있다. 그게 바로 조르바의 모습이었다.
현실과 이상, 비관과 낙관, 절망과 희망, 스승과 친구, 소년과 노인. 이 소설은 정답을 말하지 않지만 결국 삶의 정답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아가도록 하는 힘을 갖고 있다. 삶을 너무 비관적이거나 낙관적으로 바라보지 않되 그 속에 웃음과 열정을 늘 품고 살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경제적, 정서적) 독립을 한 후부터 먹고사는 일과 영혼(내면)을 가꾸는 일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어느 정도 깨달아서인지, 조르바의 가르침 속에서 삶의 치열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 많았다. 그래서 책장을 덮고 나서 나 또한 강한 인간이 돼야 한다고 다짐했다.
-글로 나아가는 이
덧없는 삶 속에서 영원을 찾는다... 바쁜 일상 속에서는 쉽지 않은 일. 하지만 언제까지나 인간의 삶이 유한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전 세계에 많은 갈등과 고통이 따르는 이유도 삶이 유한하고 자원이 유한하기 때문이니까.
모든 게 영원하고 아름답다면 서로 싸우고 미워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
꽃밭 같은 얘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오랜 시간 유한만을 보며 살아온 인간이기에
우리는 그 이상을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자연만 봐도 영원을 보이는 존재들이 분명히 있다.
인간만이 극명하게 늙고 소멸하며 사라진다는 것. 이제 우린 이 현상에 조금 더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 당장 영원을 살 수 없더라도 영원히 살 것처럼 살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무엇이라도 선명히 바뀔 테니까.
확신이 없어져 버린 일들, 제대로 끝내지 못해 흐지부지 돼버린 관계가 얼마나 많은가. 물론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하지만 가슴에 남은 아쉬움은 때로 오래 지속돼 몸속에 병을 키우기도 한다. 선택지가 너무 많은 세상이라 그런지 오히려 시원한 포부와 결단력을 가진 이들은 점점 줄어드는 듯하다.
한 번 선택하면 끝을 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적어도 내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 할 수 없다면 함부로 말을 뱉지 않는 사람. 쉽지 않은 삶이지만 그렇게만 살아가고 싶다.
예전에 작은 전시회에 출품했던 시에 "결국은 사랑이 세상을 이길 것이다"라고 적은 적이 있다. 사랑이 세상을 이긴다... 이 문장을 읽으면 현실이 곧 낭만이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어쩌면 이 문장은 나의 바람이었는지도 모른다.'인생의 목적은 무엇일까?'라고 누가 묻는다면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어려운 질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가장 쉬운 질문일지도 모른다.
사랑. 쉽게 뱉을 순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실천하기는 무엇보다 어려운 일. 하지만 제대로 발휘됐을 때 세상 무엇보다 큰 변화를 이끌어내고 널리 전이되는 가치.
성경 고린도전서 13장의 말씀처럼 믿음, 소망, 사랑은 영원할진대 그중에 사랑이 제일이라 한 것처럼 사랑만이 인류의 해답일지도 모른다. 그리스인 조르바. 소설을 좋아하고 삶의 본질적인 것들에 관심이 있다면 꼭 추천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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