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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Dec 15. 2023

파괴될 지구를 떠나라! 마지막 희망은 오직 탈출이다.

베르나르베르베르의 '파피용'을 읽고

영원히 탈출을 계속할 수는 없다.


-소설 '파피용' 中, 베르나르베르베르


파피용 中 일러스트레이션 작품, 일러스트레이터 외비우스


"<마지막 희망 Dernier Espoir>이란 뜻이오. 나는 이 프로젝트가 단순한 우주여행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하오. 어쩌면 이것은 우리의 마지막 희망일 수도 있소. 요즘 뉴스들을 봤소? 모두 다 엉망진창이오. 이 지구는 우리의 요람인데, 우리가 파괴해 버리고 말았소. 이제는 지구를 치유할 수도, 예전과 같은 상태로 되돌려 놓을 수도 없소. 집이 무너지면 떠나야 하는 법이오. 다른 곳에서. 다른 방법으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지. 현재 마지막 희망은...... 탈출이라고 나는 믿고 있소."


-파피용 中 억만장자 '맥 나라마'의 대사


파피용에 수록된 일러스트레이션 작품, 일러스트레이터 외비우스




떠나고 싶다. 전쟁과 고통, 오염과 슬픔이 없는 유토피아로.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요즘 SNS나 유튜브 등에 올라온 암울한 전망에 대한 기사들을 보면 "차라리 한국을 떠나는 게 낫다" "이 나라에는 답이 없다"라는 등의 부정적인 댓글이 많이 보인다. 계속 그런 얘기들을 듣다 보면 언젠가 지구를 떠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결론에 이르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사람들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아직은 상상일 뿐이다. 소설 속에선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으니까. 


어린 시절 베르베르의 작품을 읽으며 무한한 상상에 빠졌던 것이 생각났다. 이번에도 그랬다. 파피용은 꽤 오래전 작품이지만, 신기하게도 그의 상상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맞닿아 있었다. 2년 만에 발발한 2개의 전쟁과 세계적인 경제 공황,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 위기, 서로를 갈라놓은 수많은 갈등들까지. 지금의 지구는 다양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마지막 희망'이란 이름을 걸고 제2의 인류를 위해 거대한 우주선(파피용호)을 만들어 지구를 떠나는 14만 4천 명의 사람들(14만 4천 명은 성경의 마지막 예언서인 요한계시록에 적힌 숫자라고 한다). 그들은 이미 파괴된 지구에서 살아남는 길은 오직 탈출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현실 도피 혹은 부적응자들의 회피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오죽하면 그렇게까지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런 상상을 이야기로 써낸 베르베르가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훗날 실제로 '마지막 희망'과 비슷한 프로젝트가 펼쳐진다면 그곳에 베르베르는 분명 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온갖 갈등과 폭력, 약물 섹스 등 중독이 지배한 세상은 분명 병들어 있다. 이런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는 이들은 또다시 중독 속으로 빠져든다. 그만큼 이 세상에 어떤 극적인 변화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베르베르가 써낸 '파피용'은 현실에 대한 회피이기 이전에, 어떤 희망을 보여주기 위한 발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요 근래 원하는 삶을 구체적으로 그리기 위해, 조급한 현실에서 한 발짝 물러나 고뇌하는 시간을 많이 가진다. 아름답게. 정말 나답게 사는 삶이 무엇일지. 나라는 사람은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세상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세상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글로 나아가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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